중국 패션쇼 위해 특별 제작한 드레스, 욱일기 연상시켜
디올 측 "행운을 상징하는 빨간색 사용했을 뿐" 해명

디올이 중국 패션쇼에서 선보인 드레스,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논란을 샀다.

프랑스 명품 디올(Dior)이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8 봄/여름 오뜨꾸띄르(Haute Couture·고급 여성 주문복) 패션쇼에서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드레스를 선보여 논란에 휘말렸다.

해당 드레스는 망사로 만든 상아색 튜브 톱(Tube Top·어깨끈이 달리지 않은 어깨가 노출된 상의) 드레스로 허리 중앙으로 빨간색 테이프가 모이는 디자인이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인 욱일기를 연상시킨다. 이에 한국과 중국 네티즌들은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중국에서 전범기를 떠올리게 하는 드레스를 등장시킨 것은 경솔했다”라며 디올을 비난했다.

디올은 이번 중국 패션쇼를 위해 빨간색을 주제로 한 의상 12벌을 특별히 제작했다. 논란이 된 드레스도 그중 하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디올 여성복 수석 디자이너는 “빨간색은 행운을 상징하는 색”이라며 “문제가 된 드레스는 욱일기가 아니라 부채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라고 해명했다.

디올 외에 유명 패션 브랜드들도 욱일기를 디자인 요소로 사용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미국 스포츠 패션 브랜드 나이키는 2016년 ‘에어 조던 12레트로 더 마스터’를 출시하면서 신발 측면과 밑창에 욱일기 디자인을 넣었다. 나이키는 욱일기 운동화를 1996년부터 여러 차례 출시해 비난을 샀다.

욱일기 디자인으로 논란이 된 나이키 ‘에어 조던 12레트로 더 마스터’(왼쪽)와 메종키츠네 광고

그런가 하면 프랑스 명품 생로랑은 2016년 봄/여름 패션쇼에서 내놓은 욱일기 디자인 재킷이 문제가 됐으며, 프랑스 패션 브랜드 메종키츠네는 2016년 가을/겨울 욱일기를 주제로 한 화보를 선보여 논란에 휩싸였다. 이 밖에도 디스퀘어드2, 유니클로, 자라도 욱일기 디자인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패션계뿐만 아니다. 영국 팝가수 애드 시런은 지난 2월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문양을 사용한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삭제했으며, 역시 영국 팝가수 미카는 2015년 서울 재즈페스티벌에서 욱일기가 연상되는 배경을 사용해 사과한 바 있다.

이처럼 패션 문화계에 욱일기 디자인이 버젓이 사용되는 이유는 욱일기가 전범기가 아닌 일본을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전범국인 독일만 해도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일본은 오히려 자위대의 상징으로 삼았다.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군기로 붉은 태양 주위에 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양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은 욱일기 사용을 중단했지만, 1954년 자위대 창설과 함께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