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낮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엔 프로야구 롯데의 이대호(36) 이름이 올랐다. 그의 안타, 홈런 소식 때문이 아니었다. 전날 벌어진 '치킨 상자 투척 사건'의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다.
발단은 이랬다. 31일 NC전을 치르고 사직야구장 중앙 출구를 빠져나가던 이대호의 등을 향해 한 팬이 치킨 상자를 던졌다. 이대호는 상자가 날아온 곳을 잠시 쳐다본 뒤 화를 삭이며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치킨을 던진 팬은 이내 사라졌다. 롯데는 이날 NC에 5대10으로 져 개막 7연패에 빠진 상태였다. 롯데 구단은 "CCTV 등을 통해 확인해봤지만 던진 사람의 신원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선 '분노의 물결'이 일었다. '어느 시대인데 미개하게 선수를 향해 오물을 던지나' '치킨 던진 사람은 팬 자격도 없다'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저걸 맞고도 참은 이대호가 진정한 대인배'란 반응도 있었다. 물론 일각에선 '오죽 답답했으면 치킨 상자를 던졌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4년(2017~2020) 총액 150억원을 받은 주장 이대호가 개막 후 7경기에서 2할대 타율로 극도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홈경기를 치른 롯데는 1일 끈질긴 뒷심을 발휘하며 개막 8경기 만에 승리했다. 이대호는 4번 지명타자로 출장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1일 롯데가 승리한 뒤 선수들의 '퇴근길 분위기'는 전날과는 달랐다. 귀가하는 선수들이 정문을 나서면 팬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선수들 이름을 연호했다. 이대호가 정문을 나서는 순간엔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더 크게 "이대호"를 외쳤다.
그를 뚫고 한 팬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대호야~. 치킨 던진 팬은 팬도 아니데이, 걱정 말거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