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지원 기자] 가수 박기영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기존의 사계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면서 하반기 8년만의 정규 8집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며 20주년을 자축한다.

결혼과 육아, 음악까지 절묘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야 하지만, '멋지게 살겠다'는 목표 하에 힘 빼지 않고 즐겁게 음악을 하는 박기영의 모습에서 데뷔 20주년을 맞은 여유가 느껴진다. 과연 박기영에게 데뷔 20주년은 어떤 느낌일까.

◆최근 SNS를 통해 '당일 결혼'을 발표했다. 왜 그렇게 '조용히' 결혼했나.
-화려하고 떠들썩하게 하기 보다는 의미있고 기억에 남는 결혼식을 만들고 싶었다. 펜션을 빌려 2박 3일간 50여명과 함께 잔치처럼 결혼했다. 나도 분위기에 취해 밴드 음악에 맞춰 6곡이나 불렀다. 따뜻하고 행복했다. 이런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내 뜻을 전적으로 동의해 준 남편에게 고맙다. 내 인생의 우선순위를 바꿔준 사람이다.

◆결혼생활은 어떤가.
-내가 설거지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한 적 있었는데, 그 이후로 남편은 아무리 늦은 시간에 퇴근하더라도 항상 본인이 설거지를 한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정말 행복하다. 우리는 평등하다. 섹스가 아닌 젠더로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동등하고 평등하게 사랑한다. 소소하게 행복한 일상을 즐기며 살고 있다.

◆다양한 음악예능에 출연해왔다. 방송에 나가야 음악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나. 
-예능에 출연하지 않으면 (가수라는) 존재를 위협받는 시대가 왔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음악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가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강력한 지상파 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만의 방송 기준은 분명하다. '이기려 하지 말고 즐겁게 음악을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20년째 음악이라는 바운더리 안에서 꾸준히 살아갈 수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음악예능을 통해 박기영의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을 엿볼 수도 있었다. 
-재즈, 블루스, 록, 팝, 오페라, 제3세계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줄 순 있었다. 그 덕에 나를 아는 분들의 연령대가 넓어졌고, 내 팬 중엔 1998년생도 있더라. 내 음악을 듣고 좋아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음악 예능을 통해 나의 진심이 통했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하다.

◆어떤 반응을 듣고 가장 행복했나.
-'멋있다'는 말. 내게 '멋지다'는 것은 배려할 줄 알고, 경청할 줄 알고, 주변을 돌아보고 상대방에게 어깨를 내주면서도 내가 이루고자 하는 걸 폼나게 멋있게 하는 것이다. 멋있게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멋있으면 하는거다. 그런 말을 팬들에게 들으면 정말 행복하다.

◆박기영의 20년을 돌아보면 멋있었나.
-별로 안 멋있었다. 하하. 앞으로 멋있게 살려고 한다. 지난 20년이 있었기에 멋있는 삶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년간 많이 후회했고, 나를 비굴하게 몰아넣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게 지금을 위한 것이라 본다. 지나온 것으로 불안해하지 않고 오늘에 집중하며 살겠다.

◆2018년, 데뷔 20주년 계획은 어떤가.
-정규 8년만에 앨범을 낸다. 음원 시장에서 정규 앨범을 내는걸 두고 우려하는 이도 있지만, 나는 음원을 내든 음반을 내든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하하. 편안하게 난 행위자로서 내 일을 하고, 수용자들의 선택을 기다릴 뿐이다. 스튜디오 라이브도 진행한다. 과거 팬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실황 녹음분을 앨범으로 만들어 선물했을 때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도 예정하고 있다. 그리고 사계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꾸준히 밥먹듯이 음악할 것이다. 골방에 틀어박혀 고뇌하며 만든 음악이 그 노력만큼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음악을 하다보니, 오히려 순위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내 음악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데 대한 만족감이 커지더라. 어깨에 짊어진 무게를 털고 꾸준히 음악하겠다./jeewonjeong@osen.co.kr

[사진] 문라이트 퍼플 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