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종서 기자] "프로에 오지 못한 이들을 돕겠다".

두산 베어스 소속이었던 김성배(36)가 결국 현역에서 은퇴하고 야인이 되었다.  김성배는 지난해 11월 두산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두산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내렸고, 현역 연장을 원했던 김성배는 시장에 나왔다.

지난 2003년 두산에 입단한 김성배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활약하다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이적했다. 롯데에서도 불펜 투수로 쏠쏠한 역할을 한 그는 2013년에는 그는 2승 4패 31세이브 4홀드를 기록하며 세이브 3위에 오르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거듭나기도 했다.

2016년 다시 트레이드로 두산으로 온 그는 첫 해 1패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6.03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지난해에는 45경기에 나와 2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32로 마당쇠 역할을 했다. 특히 8월 10경기에서 9이닝 2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면서 1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줬다. 김성배는 두산에서 나올 당시 "시즌 막바지 구위가 나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타자와 승부할 수 있는 힘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없다면 방출 요청도 안 했다"라며 현역 연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시장 상황은 좋지 않았다. 시즌 막바지 일부 구단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계약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독립리그 진출까지 생각하며 몸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팔 상태도 썩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결국 현역 생활보다는 새로운 길로 나가길 택했다.

김성배는 "지난해에도 주사를 맞고 경기에 나섰다. 그런데 주사를 맞지 않고 올해 공을 던져보니 이렇게 아팠는지 몰랐다. 주사를 맞고 뛸 수는 있지만, 욕심을 접어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역 연장을 못한 아쉬움은 있었다. 김성배는 "미련이 없다고 거짓말이다. 무엇보다 아들이 아직 어린데, 아빠가 야구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부분이 여전히 아쉽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내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온 만큼, 깨끗하게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두산과 롯데 모두에서 뛰었던 만큼, 두 팀에 대한 애정도 보였다. 김성배는 "모두 고맙고 소중한 팀이다. 롯데에서는 가장 좋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줬고, 두산에서는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라며 "잠실에서 두산과 롯데가 경기할 때, 한 번 놀러가볼까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성배는 현재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주선하는 회사인 '엘론'에서 야구 부문을 담당한다. 박철 엘른 대표는 "해외취업을 주선하는 일을 하다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한 야구 선수들이 졸업 후에 막막해하며 취업 문제로 고민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좀 더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서 야구 부문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김성배 선수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여러 차례 이야기하면서 간신히 영입했다"고 웃어 보였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 2월 3일 고척돔에서 열린 일본 시코쿠 아일랜드리그플러스 산하 4개 팀의 공개 트라이아웃의 주최자다. 지난해 고치 파이팅독스 한 개 구단을 대상으로 트라이아웃이 진행됐다면, 2년째를 맞는 올해에는 참가 구단과 선수 모두에서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김성배도 당시 현장에 나와 일을 도왔다. 이번 트라이아웃에서도 일본 독립구단에 선발돼 야구에 대한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선수가 나왔다.

김성배는 앞으로 약 10%에 불과한 프로의 문턱에서 좌절한 젊은 선수들은 물론 또 본인과 같이 1~2년 현역 의지는 있지만, 프로 구단이 없을 경우 일본 독립구단, 중국구단 등에서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김성배는 "우리나라에는 1,2차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서 약 110명 정도가 프로의 부름을 받고 있지만, 이는 많아야 10% 정도다. 지명받지 못한 선수의 경우 그동안 야구만 해왔던 만큼,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어렵다. 이런 선수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싶다"라며 "야구에 대한 코치뿐만 아니라 일본어를 비롯해 언어 교육을 병행하도록 해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좀 더 넓게 진로를 모색할 수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배는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 일 역시 의미가 있어서 좋다"며 새로운 출발 앞에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