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도 대답해 주는구나 강가 고운 모래밭에서 발가락 옴지락 옴지락거려 두더지처럼 파고들었다.
지구가 간지러운지 굼질굼질 움직였다.
아, 내 작은 신호에도 지구는 대답해 주는구나.
그 큰 몸짓에 이 자그마한 발짓 그래도 지구는 대답해 주는구나.
―박행신(1952~ )
사람의 몸도 하나의 작은 우주가 아닐까? 시가 문득 머리로 불러들인 생각이다. 발가락 옴지락거리며 모래를 파고드는 장난을 해 봤더니 아, 지구가 대답하는 게 아닌가, 굼질굼질. 발가락과 지구가 어느새 마음이 통했네. 조그만 발짓 신호에도 지구가 큰 몸짓으로 대답해 주는 걸 봐. 모래밭에서 한 발장난이 지구와 대화한 몸의 언어네.
우리는 지구에 사는 우주의 한 부분이네. 햇살이 따스한 날은 어린이들도 방 안이나 학원에만 박혀 있지 말고 모래밭에 가 지구와 몸짓 대화를 한 번 해보렴. 지구가 ‘아, 너 왔구나’ 굼질굼질 반길 테니. 그땐 우주의 식구도 될 거야. 우주 연결 고리라는 생각도 가져볼 수 있을 것이고…. 시가 던져 준 때 묻지 않은 상상과 발견의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