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완기 이사장이 15일 사임했다. 방문진이 작년 11월 전(前) 정부 때 뽑힌 이사장을 내쫓고 새 이사장을 선출하더니 여권이 장악한 이사회에서 다시 분란이 일어난 것이다. 그는 사임하면서 이 정권의 방송 장악 과정을 털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8월 이효성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지난 정권에서 방송을 정권 목적에 따라 장악하고자 해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며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성 위원장도 "어떤 정권에도 좌우되지 않는 불편부당한 방송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이사장에 따르면 "이사장은 대통령을 앞세워 청와대가 낙점해 왔고 이사회는 그 요식 절차를 수행해왔다"며 "아직도 이런 관행에 의존하고 있다"고 하나도 달라진 게 없음을 고백했다. 청와대가 방문진 이사와 이사장을 찍어서 내려보내 이사회나 방통위를 거수기로 만들고서 말은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위선에도 정도가 있다.
이 이사장은 "방문진이 너무 진영화돼 있다. 여야 가릴 것 없다"면서 "정파와 이념의 벽에서 벗어나야 방문진의 정치적 독립이 완성된다"고도 했다. 그는 MBC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보기에도 MBC는 거의 정치판이 돼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