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명문대 아들 아파트서 투신
4일 후 어머니, 여동생 또 투신
돌아온 아버지는 실어증
경찰 "자살위험군, 신병 보호 중"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나흘 만에 일가족 3명이 투신(投身)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일한 생존자는 아버지. 그는 현재 ‘실어증’에 걸려 제대로 된 진술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의 비극은 지난 9일 시작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9일 오전 10시 45분 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아들 A씨(20)가 먼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는 개강 이후 아버지(49)와 다투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숨진 그날도 부친과 다툰 뒤 "차 타러 나간다"고 말한 뒤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다.
경찰 관계자는 "CCTV에 A씨가 혼자 (옥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잡혔기 때문에 타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부친과 아들은 한 두번이 아닐 정도로 많이 다퉜고, 젊은이에게 그런 일(가정불화)이 감당이 안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들 A씨가 숨진 뒤 나흘 만인 지난 13일 오후 2시 10분쯤. 이번에는 거주하던 아파트 19층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이 함께 투신했다. 문씨 가족은 아들이 숨진 이후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 머물렀는데, 숨진 당일 어머니와 딸이 호텔을 나와 자택으로 돌아 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일가족이 호텔에서 아들 죽음 문제로 다툰 이후, 어머니와 딸이 집으로 돌아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아버지는 호텔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3명은 모두 유서를 따로 남기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후 호텔에서 사라졌다가, 이틀만인 15일 새벽 1시56분 자택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경찰에 포착됐다. 발견 당시 그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며 발버둥치면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나흘 만에 가족을 모두 잃은 아버지가 그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렸다”면서 “필담(筆談)으로 의사를 주고 받는데 ‘너무나도 괴롭다’ ‘술을 마시고 싶다’는 내용을 적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를 ‘자살위험군’으로 판단, 현재 신병을 보호하고 있다. 그는 현재 친인척이 보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