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 대통령, 준비된 '입장문' 읽어
기자들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 안해
전직 대통령들은 짧게 한두마디 뿐
全, 소환 거부 후 자택서 골목 성명

"국민들께 죄송합니다."(노태우 전 대통령)
"면목 없는 일이지요."(노무현 전 대통령)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박근혜 전 대통령)
"이번 일 마지막이 됐으면..."(이명박 전 대통령)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전직 대통령들은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어떤 말을 남겼을까.

14일 검찰 포토라인에 선 이 전 대통령은 A4 용지 1장 분량의 입장문을 별도로 준비했다. 포토라인에 서서 짧게 발언하던 전직 대통령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입장문을 읽기 전 취재진이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고 하자 입장문을 꺼내들며 “할 거예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약 300자 분량의 메시지를 1분여간 읽었다.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민생 경제가 어렵고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분들, (검찰 수사) 관련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바라건대 역사에서 (전직 대통령의 검찰 조사는)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고도 했다. ‘100억대 뇌물 혐의를 부인하느냐’, ‘국민이 궁금해 하는데, 다스는 누구 것이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된 전직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그는 40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1995년 11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았다. 그는 대검찰청에 출두해 “한 말씀만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구가 거듭되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16시간 동안의 조사를 받은 후에는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했다.

같은 해 12월 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소환요구를 받았지만, 검찰 출석 요구를 거부한 뒤 전격 체포돼 검찰청사 포토라인에서는 발언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하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

전 전 대통령은 “대통령 김영삼의 문민정부는 5공과 6공에 대해서 과거사 청산이라는 근거도 없는 술책을 통해서 왜곡하려고 했다”며 “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저는 검찰의 소환 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밝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1년여 지난 2009년 4월 30일 검찰 소환에 응했다. 그는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대검찰청으로 출발하기 전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20분 대검찰청에 도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서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면목 없는 일이지요”라고 말했다.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는 “다음에 하시죠”라고 짧게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1일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로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섰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전날 "준비된 메시지가 있다"고 밝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나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힐지 주목됐다. 그러나 정작 박 전 대통령의 육성 메시지는 간결했다.
박 전 대통령은 7초간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