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7번째 기능|로랑 비네 지음|이선화 옮김|영림카디널|608쪽|1만5800원
프랑스 문학의 샛별로 꼽히는 소설가 로랑 비네가 재기 발랄하게 쓴 지적(知的) 스릴러다. 언어학과 기호학, 수사학을 활용해 연쇄 살인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소설답게 제목도 현학적이다. 권력과 언어의 관계를 인문학적으로 조명한 추리소설이다.
실제 사건을 토대로 실존 인물이 우르르 나온다.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움베르토 에코 등 유명 사상가가 대거 등장한다. 하지만 평전이 아닌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80년 2월 25일 프랑스 비평가 롤랑 바르트가 파리에서 당한 교통사고를 다뤘다. 바르트는 당시 사회당의 대선 후보였던 미테랑과 오찬을 함께한 뒤 헤어져 거리를 걷다가 세탁소 트럭에 치였다. 그는 병원에 실려 갔지만 한 달 뒤 사망했다. 이 소설은 그런 사실에 기상천외한 음모론을 덧씌워 바르트가 살해당했다고 꾸며댔다.
작가는 독자를 유혹하기 위해 미끼를 던졌다. 로만 야콥슨의 6가지 언어 기능론이다. 정보·감정표현·명령·친교·초(超)언어·시(詩)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 소설은 야콥슨이 정치인에게 절대 권력을 안겨다 줄 언어의 7번째 기능에 관한 이론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꾸며댔다. 그 문서를 바르트가 지니고 있다가 정치 세력에 살해됐다는 음모론을 전개한 것. 파리 경찰 정보국의 바야르 형사와 젊은 기호학자 시몽이 의문의 사건을 추적한다. 기호학을 이용한 시몽의 추리는 셜록 홈스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