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국제영화제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김기덕(58) 감독이 여배우들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성희롱·성폭행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성추문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한 배우 조재현(53)이 여배우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추가로 나왔다.
김 감독은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지만 동의 없이 그 이상 행위를 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조재현은 "내가 죄인인 것은 맞지만 기사에 나오는 것은 사실과 다른 것과 왜곡돼 들려오는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두 사람은 영화 '악어' '야생동물보호구역' '섬' '수취인 불명' '나쁜 남자' '뫼비우스' 등에서 호흡을 맞췄다.
◇여배우 C씨 “김기덕·조재현이 성폭행…하이에나처럼 밤마다 방문을 두드렸다”
MBC PD수첩은 지난 6일 방송된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에서 김 감독과 조재현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여배우들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지난해 김 감독을 성추행, 폭행, 명예 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여배우 A씨는 김 감독이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수치심을 들게 하는 성희롱 발언은 김 감독의 일상이다. 한 여성 스태프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방에 '자고 가라' '셋이서 자자'며 붙잡았다"며 "성관계를 요구했고 나는 너무 끔찍했다"고 말했다. 성관계를 거부하자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여배우 B씨는 2시간가량 성희롱을 당했다. B씨는 “영화 촬영에 앞서 김 감독이 미팅을 하자고 했다. 따로 만난 김 감독은 '내가 너의 가슴을 상상하니 복숭아일 것 같다' '내 성기가 어떤 모양일 것 같아?' '내가 네 몸을 보기 위해 같이 가서 몸을 확인할 수 있느냐' 등의 말을 2시간 동안 이어갔다”며 “김 감독과 만난 이후 한 달 동안은 ‘멘붕’(멘탈 붕괴)이었다”고 했다.
여배우 C씨는 김 감독이 캐스팅 직후부터 성추행을 했고 합숙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김 감독과 조재현, 조재현의 매니저가 하이에나처럼 밤마다 방문을 두드렸다. 혼자 있을 때는 누가 찾아올지 모르는 불안감에 너무 무섭고 지옥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이) 저를 방으로 불러서 성폭행했다. 그러고 나니까 영화를 계속 찍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때는 너무 어려서 그만두는 걸 몰랐다. 그때 이런 관계가 유지되어야지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C씨는 조재현도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조재현씨도 끊임없이 방으로 찾아왔다. 문을 열어보라고 하더니 다짜고짜 저에게 키스를 하더라. '왜 이러냐'고 했을 때 '좋아서 그런다'고 하더라. '원래 이렇게 잘 지내는 거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 제가 그때부터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계속 찾아오더라. 나중엔 강압적으로 했다. 성폭행을"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또 "한 번 하고 나니까 계속 그러려고 했다. 옷이 많이 찢어졌다. 저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단역 배우들도 끊임없이 당했다. 촬영장에서도 '나 쟤랑 잤어' 그런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도 스스럼없이 했다고 한다. C씨는 "김 감독이 촬영 중에 '내가 너무 여자를 굶어서 오늘은 촬영이 힘드네'라거나 '내가 여자를 너무 굶었네. 힘이 없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김기덕, "미투 운동 갈수록 자극적…동의 없이 행위한 적 없다"
김 감독은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이 있지만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성폭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PD수첩 제작진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먼저 직접 인터뷰를 못해 죄송하다. 극단적인 생각만 들고 너무 힘들다. 그럼에도 드리고 싶은 말은 미투운동이 갈수록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을 기다리고 또 사실확인 없이 공개되어 진실이 가려지기 전에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 그 후에는 평생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제 내용은 자세히 모르지만 어떤 내용이든 제가 드리는 세 가지 기준으로 해석해 주시면 어떨까요"라고 했다.
김 감독은 "첫 번째,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다"며 "두 번째,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다. 이 점은 깊이 반성하며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동의 없이 그 이상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어 "세 번째,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서로의 동의하에 육체적인 교감을 갖은 적은 있다"며 "이것 또한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하고 후회한다"고 해명했다.
◇ 조재현 "80%는 잘못된 얘기…굉장히 패닉 상태"
조재현은 여배우 성폭행 주장과 관련해 PD수첩 제작진과 통화에서 "처음에 돌았던 이야기들은 한 80퍼센트가 잘못된 얘기"라며 "어떤 것은 축소된 것도 있다. 축소된 것은 피해자가 축소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재현은 "(수사기관의) 조사에 들어가면, 그때 말하는 게 맞겠다"며 "사실을 근거로 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했다. 그는 "굉장히 패닉 상태다. 제가 죄인이 아니라는 게 아니다. 저는 죄인이라고 한 것은 (지난달 발표한) 사과문 그대로 맞다"며 "하지만 지금 들려오고 기사에 나오는 것은 너무나 사실과 다른 것과 왜곡돼 들려오는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조재현은 연극과 방송 촬영 현장 등에서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지난달 24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전 잘못 살아왔다. 30년 가까이 연기생활하며 동료, 스태프, 후배들에게 실수와 죄스러운 말과 행동도 참 많았다"라며 "나는 죄인이다.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했다.
조재현은 "이제 모든 걸 내려놓겠다. 저 자신을 생각하지 않겠다. 일시적으로 회피하지 않겠다"라며 "지금부터는 피해자분들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겠다"라고 했다.
조재현은 곧바로 'DMZ 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사직하고 OCN 드라마 '크로스'에서도 하차했다. 조재현은 1996년 김 감독의 데뷔작 영화 '악어'의 주연을 맡는 등 김 감독의 영화에 다수 출연했고, 2002년엔 '나쁜 남자'로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