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大學)이 무엇을 하며, 왜 세상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 되묻기 위해 대학 출판부는 존재합니다."

성균관대 출판부가 학술기획 총서 '지(知)의 회랑'을 출범하며 밝힌 출사표다. 출판부 설립 40주년이던 2015년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 등을 중심으로 기획위원회를 꾸려 최근 '기업 처벌과 미래의 형법―기업도 형법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김성돈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동양 예술 미학 산책'(조민환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등 시리즈를 여는 4권〈사진〉을 한꺼번에 출간했다.

현상철 편집자는 "십수년 논문과 연구 성과물을 묶어 책을 냈으나 '대학 출판부다운' 뭔가를 만들지 못했다는 갈증이 있었다"면서 "2025년까지 50권을 내고 이후 100권까지 이어가 책을 통한 역사·문화·법 등 지식 총화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학 출판부의 100권짜리 대형 프로젝트는 깊이를 통해 일반 서적과 차별화를 꾀하고 대학 출판부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고심의 결과물. 역시 100권짜리 시리즈 '세계 문화유산 답사기'를 기획한 한국외대 지식출판원(HUINE)은 2015년 '에메랄드 물빛 가득한 영혼의 휴식처, 크로아티아'에 이어 시리즈 두 번째 '자바 우체부길'(고영훈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교수)을 지난달 출간했다. 네덜란드가 원활한 식민 통치를 위해 건설한 도로 자바 우체부길 1000㎞를 둘러보는 여행기로, '저항'의 키워드를 통해 인도네시아 과거와 현재를 녹여낸 안내서 역할을 한다. 내년쯤 '스페인 산티아고 길' '영국 문학의 원류를 찾아서' 등이 줄 이어 나올 예정이다. 대학 관계자는 "느려도 꾸준히 대학 출판부의 역할에 맞는 양서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