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움직임이 이어진 가운데 김기덕 영화감독과 영화배우 조재현에 대한 추가 폭로가 나왔다.

6일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란 제목으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김 감독과 조재현의 성범죄 의혹을 다뤘다. PD수첩은 지난해 김 감독을 폭행과 모욕죄 등 혐의로 고소한 여배우 등을 인터뷰해 김 감독과 조재현을 둘러싼 의혹을 보도했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 본상을 받은 유일한 영화 감독이다. 특히 2012년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김 감독과 조재현은 1996년 영화 ‘악어’로 감독과 배우로 처음 만났다. 이후 이들은 1997년 ‘야생동물보호구역’, 2000년 ‘섬’, 2001년 ‘수취인 불명’, 2002년 ‘나쁜 남자’. 2013년 ‘뫼비우스’를 함께 작업해온 영화계 대표 콤비다.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은 6일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란 제목의 방송을 내보냈다.

◇ “성관계 거절하자 해고 통보” “강압적 성폭행” 폭로

인터뷰에 응한 여배우 A씨는 지난해 김 감독을 폭행과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영화 대본 리딩날 김기덕 감독이 다른 여성 영화 관계자와 셋이서 함께 성관계를 맺자는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을 거절했다”며 “그러자 새벽에 김 감독은 ‘나를 믿지 못하는 배우와는 일을 하지 못하겠다’며 전화로 해고 통보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부당 해고라고 항의했지만, 그는 결국 촬영 현장에서 모욕적인 일을 겪으며 영화를 그만뒀다. 그는 “김 감독의 성폭력은 이전에도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여배우 B씨는 “김 감독에게서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황당한 성적 이야기를 들은 뒤 영화계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B씨는 “김 감독은 ‘내가 너의 OO을 상상해보니 복숭아일 것 같다’, ‘내 XX가 어떤 모양일 것 같냐’라고 물었다”며 “김 감독 영화에 캐스팅 되는 것이 확실시된 상황에서 2시간 가까이 그로부터 성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도망나왔고, 결국 김 감독의 영화에서 빠지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 캐스팅 확정 후 김 감독에게 상습적인 성폭력을 당한 C씨는 “대본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주연과 조연, 단역 배우들 가릴 것 없이 여자 배우들을 방으로 불렀던 김 감독 때문에 촬영 기간 내내 성폭행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지내야 했다”며 “김 감독이 항상 겁탈하려고 해 몸싸움을 많이 했고, 결국 방으로 불려가 성폭행 당했다”고 고백했다.

C씨는 김기독 감독과 함께 작업한 배우 조재현과 조재현의 매니저도 마찬가지로 성폭행을 끊임없이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C씨는 “조재현도 숙소 방문을 계속 두드렸고, 결국 들어와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했다"며 “조재현 매니저도 성폭행을 시도해 옷이 찢겨 도망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김 감독이 다음 작품 출연을 제안하며 관계를 지속할 것을 종용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왼쪽은 ‘뫼비우스’, 오른쪽은 ‘나쁜남자’ 포스터

◇ 뫼비우스·나쁜남자… “영화 내용도 다소 충격”

피해자들과 관련됐다고 알려진 영화는 ‘뫼비우스’와 ‘나쁜남자’다. 김 감독과 조재현에 대한 폭로가 이어진 후 해당 영화 내용에 대해서도 “다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뫼비우스’는 남편에 대한 복수심으로 아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엄마 역과 아들과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는 또 다른 여자 역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버지에는 조재현이, 아들 역에는 서정주, 엄마이자 또 다른 여자 역에는 이은우가 1인2역을 맡았다. 당시 ‘뫼비우스’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 작품이지만 국내에서 개봉할 때는 성기 절단 장면, 모자간의 파격적인 베드신으로 개봉 찬반투표논란을 일으켰고 세 번에 걸친 심의 끝에 개봉했다.

조재현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나쁜 남자’는 사창가의 깡패 두목이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대생 선화를 창녀촌으로 끌어들이고, 창녀가 된 선화는 자신을 창녀로 만든 건달을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다. 당시 두목은 조재현이, 여대생 선화는 서원이 맡았다. 나쁜남자는 2002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조재현은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 김기덕 “지위로 개인 욕구 채운적 없어”...조재현 “조사가 들어가면 말할 것”

김기덕 감독은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그 이상의 행위를 한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첫 번째 저는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다”며 “두 번째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키스를 한적은 있다. 이점은 깊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지만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그 이상의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세 번째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서로의 동의하에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있다”며 “이 또한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하고 후회한다”고 덧붙였다.

조재현은 PD수첩에 “조사가 들어가면 그때 제가 말씀을 드릴 부분인 것 같다”며 “지금 사실을 근거로 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패닉상태인데 제가 죄인이 아니라는 게 아니다”며 “죄인이라는 사과문 그대로다. 하지만 너무나 사실과 다른 왜곡돼 들려오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조재현은 앞서 연극, 방송 현장에서 성희롱을 했다는 소문이 이니셜과 함께 돌았다. 지난 23일 배우 최율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미투 관련 글을 올리면서 조재현의 실명을 공개하자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는 사과문에서 “모든 걸 내려놓겠습니다. 지금부터는 피해자분들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겠습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