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희정에게) 보낸 지지가 누군가를 억누르는 위압이 되었을 거란 생각에 치가 떨린다."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6일 오전 1시쯤 정무비서 김지은(33)씨의 성폭행 폭로에 대한 사과문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네티즌들의 비판 댓글이 쇄도했다. 14시간 만인 오후 3시 현재 안 전 지사의 사과문에는 4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였던 안 전 지사의 성추문에 충격과 실망, 분노를 드러내는 내용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안 전 지사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 등 관련 청원이 130건 넘게 올라왔다.
◇ "내 지지가 권력이 돼 누군가를 압제…치가 떨린다" 네티즌 비난 쇄도
네티즌 박모씨는 "안희정님의 그 행동으로 지금까지 당신이 외치고 노력했던 모든 일이 검은 빛의 화살이 돼 되돌아올 것"이라며 "당신에게 건 수많은 희망들이 성욕은 채우지 못하던가? 슬프다"라고 했다.
김모씨는 "한때 대선주자였고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겠다며 푸른색으로 옷을 입고 새로운 개혁을 할 것처럼 보여 팔로(follow)하고 행보도 열심히 지켜봤더니 정말 큰 실망을 안겨줬다"고 적었다. 이모씨는 "새정치라는 세 글자에 당신을 믿었는데, 성폭력이란 세글자에 당신을 버렸다"고 했다.
"저의 지지가 당신의 권력이 돼 누군가를 압제하는데 쓰였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 "당신을 보필한 비서, 당신만 바라보는 가족, 당신을 지지한 국민들에게 충격과 상처를 줬다" "그대가 아버지처럼 따르던 그분(노무현)의 가치에 먹칠한 당신을 감히 미워하겠다" "두 번 다시 정치판에 발을 들이지 말아라"라는 반응도 나왔다.
안 전 지사 지지 모임도 등을 돌렸다. '안희정의 길을 함께 걷는 트위터 지지 그룹' 계정인 '팀 스틸버드는 5일 자정쯤 올린 글에서 "보편적 인권을 말하는 안희정을 지지했다. 민주주의 절차와 시스템을 중시하는 그를 믿었다"며 "그러나 이번 JTBC 보도를 통해 그의 철학과 가치는 모두 허위임이 명백해졌다"고 했다.
이어 "가해자의 정치철학은 더 이상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며 "팀스틸버드 운영진은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곁에 서겠다"고 했다.
일부 진보 성향 네티즌들은 안 전 지사의 과거 발언을 거론하며 "대선후보 경선 때는 '선의'니 '대연정'이니 헛소리로 사람을 열 받게 하더니 이제는 지방선거 앞두고 그냥 오물을 투척한다"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또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전 지사와 진보 진영을 '선 긋기'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다음 카페 '문팬'에서는 "안 전 지사 관련 글을 올리지 말라" "현 정부에 누가 되지 않게 자중하자" "자유한국당 미투 사례도 빨리 찾아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 靑 게시판에 "안희정 구속하라" "사표 수리 철회하라" 등 관련 청원글 130여 건 쇄도
이날 오후 3시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 촉구, 피해자 신변을 보호해 달라는 등 관련 청원글 130여 건이 올라왔다. .
한 청원인은 "폭로사건의 철저한 진실규명 수사를 촉구한다"며 "안 전 지사도 사과 한 번 하고 잠적해 봤자 사건은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자신의 정치 인생이 끝난 것을 인식한 만큼, 숨지 말고, 감추려 하지 말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서 진술해 주길 희망한다"고 했다.
'안희정 체포 구속, 김지은 비서 특별보호 조치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목숨을 걸고 방송에 나온 김지은 비서 특별보호 조치를 청원한다"며 "이 사회에 아직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일반인과 동일한 법적 절차를 밟도록 청와대에 공명정대한 대처를 요청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청와대는 같은 여당 소속이었던 안 전 지사를 봐주기 없이, 일반인과 동일하게 처벌될 수 있도록 중용을 지켜 주시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희정에 대한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안 전 지사는 현재 극단적인 심리공황 상태에 있을 것”이라며 “만일 그가 그의 아내와 있다면 그나마 마음이 놓이지만, 그래도 현재의 신병 확보가 조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전 지사의 사표 수리를 철회해야 한다는 청원도 있다. 청원인은 “성폭행 피의자를 기관에 아무런 조사도 없이 사표가 수리된다는 게 상식에 크게 어긋난 것”이라며 “사직 처리가 된다면, 각종 행정적 혜택의 페널티(벌칙)를 면해주는 꼴이 될 것이다. 안 전 지사의 사표 수리가 취하돼서 피해자의 아픔과 원한이 십분 풀릴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 주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했다.
한 청원인은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원인 30대 남성이 충남지사 관사 유리창을 야구방망이로 깬 사건과 관련, “민주당에 그리고 안 전 지사에게 철저히 유린당하고 배신당하고 실망한 국민을 대변해서 유리창 하나 부수었을 뿐이며,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으니 훈방해 달라”고 적었다.
앞서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33)씨는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안 지사의 수행비서를 맡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안 지사가 4차례 성폭행하고 수시로 성추행을 했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에서 “모두가 제 잘못이고, 오늘부로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일체의 정치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사표를 제출했고, 충남도의회는 사표를 곧바로 수리했다. 경찰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