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1마일(약 1.6㎞) 4분' 벽을 깬 영국의 로저 배니스터(89) 경이 별세했다고 BBC, CNN 등 외신들이 4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배니스터 경(卿)은 1954년 5월 옥스퍼드대 교내 트랙에서 열린 이 대학 육상부와 영국 아마추어체육인협회 간 대결에서 1마일을 3분 59초4 만에 주파했다. 당시 육상계에선 '인간은 1마일을 4분 안에 뛸 수 없고, 설령 성공하더라도 심장이 터질 것'이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옥스퍼드 의대를 졸업한 수련의 신분이었던 배니스터 경은 4분의 1마일(약 400m)을 1분 이내에 달리는 연습부터 했다. 이런 페이스로 꾸준히 거리를 늘려간 그는 결국 1마일을 4분 안에 뛰었다.
배니스터 경이 3분대 기록을 쓴 날 이후 2년 동안 300여 명의 선수가 4분 벽을 돌파했다. 모두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기고 도전조차 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배니스터 경의 성공을 보고 자극받아 노력한 결과였다. 생각이 바뀌면 결과도 달라지는 이 현상에 대해 스포츠 학자들은 '배니스터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75년 기사(騎士) 작위를 받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배니스터 경은 영국 스포츠의 아이콘이며, 그의 성취는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준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