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졸업생이 약 20년 전 배우인 김태훈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학교 측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김 교수는 언론을 통해 교수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세종대에서는 전직 영화예술학과 교수가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당 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두 교수에 대한 해임과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 “김태훈 교수는 세종대왕…성폭행하고 노예처럼 부렸다”

지난 27일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공식 소셜미디어에는 90년대 말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해 연기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힌 A씨가 2학년 때 러시아 유학파 출신의 K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글이 올라왔다.

A씨는 “K교수가 서울 근교의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마친 뒤 '피곤해 운전을 할 수 없다며 잠시 모텔에서 쉬었다 가야겠다’고 했다"며 "그날 모텔에서 K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너무나 믿고, 존경했던 교수님이었기에 매우 혼란스럽고 두려웠다"고 했다.

A씨는 “성폭행이 있었던 그날 이후로 K교수는 지속적인 관계를 요구했다”며 “저는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게 너무도 무서웠다. 그의 요구를 거부하면 배우로 다시는 무대에 설 수 없을 것만 같았다”고 했다. 이어 “시간이 갈수록 그는 집요하고도 노골적으로 관계를 요구해 왔다. 저는 그 사람이 너무도 무서워서 거절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성폭행 당한 후 인질이 됐다고 표현했다.

A씨는 "K교수는 성폭행을 저지른 이후로 저를 노예처럼 부렸다"며 "당시 그의 아내와 저를 자주 만나게 했다. 그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며 저를 식모로 데려가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K교수의 논문을 타이핑하고 영문으로 번역하는 등 그가 시키는 대로 일을 했다"고 썼다.

A씨는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 장애로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3년 동안 자살시도를 여러차례 반복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3년의 오랜 휴학 이후 학교에 다시 복학했다고 한다.

A씨는 "복학 직후 저는 너무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며 "K교수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전임교수가 돼 소위 말하는 '세종대왕'이라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K교수로부터 당한 성폭력, 그 이후의 뻔뻔한 행태, 학과 교수가 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 저는 스물아홉이 되던 해에 정말 끝이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자살시도를 했지만 이렇게 생존해 이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저는 K교수의 사과를 바라지 않는다. 그는 절대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저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이런 진실의 목소리가 뻔뻔한 K교수로부터 제 모교의 후배들과 대학로의 배우들을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김태훈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전날 자신을 가해자로 꼽은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자 28일 교수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 글이 공개되자 K 교수가 연극 ‘에쿠우스’ 영화 ‘꾼’ 등에 출연한 배우인 김태훈 교수라고 지목됐다.

김 교수는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교육자로서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행동한 부분이 있고, 이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세종대 교수직을 자진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대는 이날 김 교수를 직무 정지하고 진상파악위원회를 구성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사실로 확인되면 김 교수를 직위 해제하고 가장 강한 수준의 징계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학과 졸업생 박모(29)씨는 “속상해 죽겠다”며 “김 교수는 재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면서 그 같은 일을 벌일 분이라고 생각조차 할 수 없던 분이었다”고 했다.

◇ 전직 교수 성희롱 폭로도 나와

이날 ‘세종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전직 영화예술학과 겸임교수인 P씨가 수업 중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폭로글도 올라왔다. 올해 졸업한 학생이라고 밝힌 B씨는 "P 교수가 학생들에게 성희롱하듯 말하고 우리를 애인쯤, 노예쯤(으로 생각하며) 인권을 무시하는 그런 모습을 참 많이 봤다"며 "여학우들에게 섹시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뱉고, 굳이 싫은데 데려다 주겠다고 하고, 점점 포악하게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려고 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이지 피하고 싶었다"고 적었다. 유명 연극연출가인 P교수는, 지난해 말까지 이 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또한 중앙일보는 이날 P교수가 학생들에게 “‘여배우는 접대가 당연하다. 다 벗고 달려들 정도로 욕망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시집이나 가라’는 말을 쉽게 내뱉었다” “‘여배우가 되려면 줘야 한다’는 말에 부당함을 느껴 ‘모든 여배우 지망생은 그래야 하느냐’고 묻자 ‘너는 감독이 자자고 하면 안 잘 거냐. 너희가 자고 싶어 한다고 잘 감독은 있고’라고 답하더라”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P교수는 “그런 말을 했다면 그런 것들(접대·상납 등)을 조심하라는 방면으로 얘기했을 것이다. 나가면 그런 것들이 힘들 것이라는 얘기였을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28일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가 있는 광개토관 12층 로비에 전날(27일) 이 학교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미투’에 대한 입장을 적은 대자보가 붙어 있다.

◇ 교수도 학생도 “김태훈 교수 해임하라”

연이은 미투 폭로로 논란이 일자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학생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교수들의 빠른 입장 표명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해당 교수들에 대한 학교 측의 전수 조사와 교수직 해임을 요구한다"고 했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들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본 학과에서 일어난 이와 같은 사건에 대해 재학생 및 졸업생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김 교수는 교육자로서의 품위를 상실했다. 그렇기에 학교본부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최고 수위의 징계가 필요하다고 결의한다. 2018년 1학기 3월부터 개설된 김 교수의 강의는 다른 교수들로 대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들은 “P 겸임교수는 지난 학기로 임용이 끝난 상태로 2018년 1학기 수업에서 배제돼 있고, 앞으로도 본 학과의 강단에 서게 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더불어 당사자에게 공식적으로 해명과 진정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