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005380)그룹 계열사인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이하 현대라이프)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현대카드·캐피탈 사옥 1관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새 회계기준 도입 전에 변동성이 큰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 매각가 1600억원 안팎일듯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는 현대카드·캐피탈 사옥 1관을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해 최근 자문사들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했다. 오는 5월 안에 매각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현대카드·캐피탈 사옥은 총 3개 동으로 구성됐다. 이중 현대라이프가 소유하고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건물은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와 바로 붙어 있는 1관이다. 1992년 준공된 지하 5층~지상 11층 건물로, 연면적은 3만7207㎡다. 2관과 3관은 각각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1관 건물은 과거 기아자동차가 사옥으로 썼다. 2001년 현대캐피탈이 637억원에 인수했고, 2013년 현대라이프가 다시 1310억원에 사들였다. 현재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건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매각 이후에도 건물을 계속 임차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이 예상하는 매각가는 1600억원 안팎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2013년 3.3㎡당 1164만원에 매매가 이뤄진 건물이고, 같은 여의도라도 서여의도 빌딩 선호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3.3㎡당 1500만원을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새 회계기준에 선제 대응
현대라이프가 건물을 매각하는 이유는 3년 앞으로 다가온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선제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IFRS17는 자산을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규모가 큰데다 시가가 자주 바뀌는 자산인 건물이 시가로 장부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재무구조의 변동성이 커진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최근 부동산을 잇달아 매각하고 있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험사들이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으며, 현대라이프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032830)은 지난 2016년 1월 부영그룹에 태평로 사옥을 5000억원대에 매각했고 종로구 수송타워, 동여의도 빌딩, 강남 메트로빌딩, 역삼빌딩 등도 매각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6년부터 천안·강동·안양·성남·목포 등의 사옥 5곳을 593억원에 팔아치웠고, 한화생명(088350)도 작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사옥을 373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현대라이프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RBC)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밑돌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11월과 12월에 신종자본증권 400억원과 후순위채 60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이날도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 600억원을 연 금리 6.2%로 발행했다.
업계는 현대라이프의 거듭되는 경영 악화도 건물 매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라이프는 2012년 출범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점포 통폐합과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현대라이프가 1관 건물과 같은 시기(2013년)에 매입했던 홍대 사옥은 이미 지난 2016년 570억원에 코람코자산신탁으로 넘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