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를 휩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종교계까지 번졌다.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모 신부가 7년 전 해외 선교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여성 신도를 성폭행 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24일 KBS 보도에 따르면 한씨는 2011년부터 2년여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 활동 도중 여성 신도 김민경씨를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하려고 했다.

/KBS 보도 캡처
김씨는 이 매체 보도에서 2011년 11월 18일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식당에서 나오려고 하니까 문을 잠그고 못 나가게 막고 강간을 시도했다"고 했다. 성폭행 시도는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어졌다. 김씨는 이 같은 사실을 다음날 한씨의 후배 신부들에게 알렸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그 분들도 거기서 살아야 됐고 그 선배 사제의 막강한 파워, 온 지 얼마 안 된 후배들은 모든 걸 그 선배 사제한테 인수인계를 받아야 했고, 물어봐야 했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2011년 4월부터 신부 3명, 자원봉사자 1명 등 다섯 명이서 가족같이 함께 지냈던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 활동. 이날 이후부터 남수단에서의 선교 생활은 김씨에게 지옥이었다.

성폭행 시도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김씨는 한씨가 이후에도 잠겨 있는 자신의 방문을 열고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전했다.김씨는 “한 신부가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네가 좀 이해를 해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김씨는 “이미 6년 전 일이라 정확히 제가 몇 번 저한테 그런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회수 같은 건 기억하지 못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에 아주 자주 있었던 일이고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결국 김씨는 계획했던 1년 봉사를 미처 마치지 못하고 11개월만에 귀국했다. 김씨는 7년여동안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최근 미투 운동에 힘을 얻어 방송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교회 안에서 이런 문제가 상당히 많다. 나도 미투 운동이 없었다면 아마 무덤까지 가져갔을 것”이라며 “내 딸이 나중에 커서 이런 일을 안 당했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당한다면, 나처럼 침묵하지 말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한씨는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에서 고(故) 이태석 신부와 함께 등장한 인물이다. 한씨는 이 신부의 뒤를 이어 2008년부터 4년 동안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선교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한씨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으로 활동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한모 신부에 대해 정직 처분했다고 23일 밝혔다. 수원교구는 “김씨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 한 신부가 상당 부분을 인정함에 따라 성무를 정지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씨는 이날부터 담당 성당의 주임 신부직을 잃게 되고, 미사 집전도 할 수 없게 된다. 또 앞으로 수년 동안 천주교에서 정한 장소에서 회개의 시간을 가진 뒤 사제직 박탈 여부가 결정된다. 한씨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도 스스로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