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은, 연출가 이윤택·오태석, 인간문화재 하용부, 배우 조민기 등 유명 문화 예술인의 성 추문이 잇따라 터졌다. 국민은 연이은 사건에서 세 번 충격을 받았다. 첫 번째 충격은 공개된 성폭행, 성추행 내용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일반 사회 조직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문화 예술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문화 예술계 전반의 도덕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충격은 가해자들이 공개된 술자리에서 손녀뻘 후배 문인과 편집자의 몸을 더듬거나, 단원들 보는 앞에서 퇴폐업소에서나 할 법한 행위를 강요하는데도 주변 사람들은 그걸 막지 않고 침묵했다는 사실이다. 문화 예술계는 사회의 지식과 감성을 형성하고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추한 행위를 예술가의 자유로움과 낭만으로 포장하면서 못 본 체할 정도로 몰상식(沒常識) 집단이라는 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또 한 번의 충격은 인권과 정의를 부르짖어온 문인·여성 단체들이 문제 인사들에 대해 침묵하거나 마지못해 하나 마나 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점이다. 한국작가회의는 고은 시인의 성추행 폭로 2주일이 지났고 이윤택 추문도 굴러갈 대로 굴러간 뒤인 22일에야 "다음 달 징계위원회를 열겠다"고 했다. 고은 시인이 자기들 단체의 창립 멤버이자 상임고문이라서, 또는 이윤택씨가 자기들 회원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고교 동기라서 감싸는 것이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뒤늦게 이윤택 규탄 성명을 발표하면서 고은 시인에 대해선 침묵했다. 그 여연이 작년 야당 대선 후보의 자서전 속에 표현한 '돼지 발정제' 논란 때는 "심각한 범죄"라며 연일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이 단체 대표를 지낸 사람이 여성가족부 장관이고,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있다. 이러니 여성 단체는 여성을 위한 단체냐 아니면 특정 정파의 이익에 봉사하는 단체냐는 질책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