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주째 눈만 뜨면 양동이부터 냄비까지 모든 용기를 동원해 물을 받아 놓느라 난립니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는 건지…."
19일 강원 속초시 조양동에 사는 박동해(67)씨는 "어떻게 버티고 계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지난 6일부터 속초에서는 심야 시간 제한급수가 시행 중이다. 겨울 가뭄이 이어지면서 속초 지역의 주요 취수원인 쌍천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이날로 벌써 106일째다.
속초시는 심야 시간에만 시행했던 제한급수를 20일부터 격일제로 확대하기로 했다. 설악정수장 급수 지역인 설악동을 제외한 시내 전 지역에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물 공급이 제한된다.
강원 영동 지역의 겨울 가뭄이 심상찮다. '마른 겨울'이 이어지면서 고성 북천, 속초 쌍천, 양양 남대천, 강릉 오봉저수지, 동해 달방댐, 삼척 오십천 등 각 지역 주요 취수원이 말라 가고 있다. 각 지자체는 "이대로 가뭄이 계속되면 영농 철이 시작되는 3월에 물 없는 물난리가 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속초 지역 누적 강수량은 13.8㎜로 전년도 같은 기간(207.3㎜)의 6% 수준이다. 강릉 8.0㎜, 동해 8.4㎜, 고성 5.5㎜, 양양 8.0㎜, 삼척 14.5㎜ 등 나머지 동해안 5개 시·군 역시 전년도(90.8∼231.5㎜)와 비교해 10% 미만의 강수량을 보이고 있다.
제한급수 장기화로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수압이 약해 단수가 일찍 되는 고지대 주민과 야간 영업을 해야 하는 음식점 등의 피해가 심각하다. 청학동에서 야식집을 운영하는 최민자(56)씨는 "가게 특성상 늦게 손님이 찾는데, 제한급수 때문에 주문을 받을 수 없다"며 "물을 받아 뒀다 쓰는 것도 한계가 있어 영업시간을 3시간 단축했다"고 말했다.
속초시 관계자들의 속도 타들어 가고 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이날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을 방문해 재난안전특별교부세 20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이 시장은 "비상 취수 시설과 인력, 장비 등을 총동원해 식수 공급에 나서고 있으나 가뭄 피해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른 영동 지역 산불도 겨울 가뭄 탓이 크다. 눈과 비 소식이 뚝 끊기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영동 지역을 중심으로 건조 특보가 발효됐다. 지난 11일 발생한 삼척 노곡면·도계읍 산불의 경우 메마른 나뭇잎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 대형 산불로 번졌다. 소실된 산림이 117㏊에 이른다. 강릉과 양양 등 영동 지역에서도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총 3건의 산불이 발생해 12㏊의 산림이 불에 탔다.
고기연 동부지방산림청장은 "겨울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산불 감시 인력을 곳곳에 배치하는 한편, 드론과 감시카메라를 활용해 농·산촌 지역 영농 부산물 소각 행위 등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