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쿠르스는 이제 죽어도 나한테 안된다.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올림픽 때 보여드리겠다."
올림픽 개막 직전 만난 윤성빈(24)은 이런 말을 했다. 16일 오전 윤성빈은 그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3·4차 최종 주행에서 한국 썰매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에서 가장 썰매를 잘 타는 사나이.
6년전만 해도 윤성빈은 평범한 인문계 고교생(신림고)이었다.
178㎝ 키로 제자리에서 점프해 농구 골대에 손이 닿을 만큼 순발력은 좋았다. 정식으로 체대 입시를 준비한 건 아니었다. 마침 한체대에 썰매팀이 처음 창설됐고, 당시 서울 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이사였던 이 학교 김영태 체육 교사의 추천으로 이 종목에 입문했다. 당시 국내엔 썰매 트랙도 하나 없었다. 그래서 평지에서 달리다가 썰매에 올라타는 '스타트'만 좋으면, 일단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처음 썰매를 타고 대회에 나간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윤성빈은 2012년 11월 8일 처음 공식 대회(북아메리카컵 1차 대회)에 데뷔했다. 순위는 23위였다. 그는 "조종은커녕 꼼짝도 못 하고 그냥 썰매에 끌려 내려왔다"고 했다. "그냥 판자 타고 내려오면 되는 종목인 줄 알았어요. 막상 타 보니 죽을 만큼 무섭더군요. 고민할 것도 없이 '해선 안 되는 스포츠'란 생각이 들었죠."
윤성빈은 "일단 두 달만 버텨보고 한국 가면 관둘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8일 뒤 열린 2차 북아메리카컵 대회에선 25명 중 15위로 점프했다. 그때 처음 '썰매는 이렇게 조종하는구나' 알게 됐다고 한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27명 중 16위를 했던 그는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어서 분통이 터졌다. 스스로에 실망했고 끊임없이 다그쳤다. 그래서 지금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썰매 타는 게 참 재밌다"고 했다. "평창 트랙이 이젠 집처럼 편안해졌어요. 예전엔 트랙에 오를 때마다 '연습하러 간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그냥 갑니다. 아무 생각 없이요. 아침에 일어나면 밥 먹는 것처럼요."
그 아무리 천재라도 즐기는 자는 이기지 못한다. 소치 대회에서 16위를 했던 그는 4년이 지난 2018년 평창에서 막 대관식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