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뉴욕 증시가 재차 폭락하며 전 세계 주식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주식시장을 빠져나간 돈은 엔화와 같은 일부 안전 자산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의 단기 예금상품으로 움직이고 있다.
8일(현지 시각) 미국 다우지수는 1032.89 포인트(-4.15%) 떨어진 2만3860.46에 마감했다. 지난 2일(-2.54%)과 5일(-4.6%) 크게 떨어졌다가 이틀간 회복세를 보이던 다우지수는 이날 다시 폭락했다. 지난달 26일 사상 최고치(2만6616.71)를 찍고, 2주 만에 10% 넘게 하락한 것이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9일 일제히 2~4%대의 큰 하락세를 보였고, 유럽 증시도 오후 11시 현재 1~2% 하락했다. 전날 코스닥에 사이드카(주가가 급등락할 경우 프로그램 거래를 5분간 정지시키는 것)가 발동될 정도로 급등했던 국내 주식시장도 9일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는 2363.77(-1.82%), 코스닥은 842.60(-2.24%)에 마감했다.
8일 미국 증시가 폭락한 이유는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의 통화 긴축 메시지, 시장 예상치를 밑돈 지난주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22만1000명) 때문이었다. 이날 영란은행은 금리를 동결했지만, 마크 카니 총재가 "견조한 성장으로 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밝혀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88%까지 오르는 등 시장금리 상승은 증시에 계속 부담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결정되고, 향후 통화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는 등락 폭이 큰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불안감에 주식을 내던진 투자자들은 돈을 어떻게 굴릴지 한발 물러서 시장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자금이 단기 부동(浮動)화된 것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시입출금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지난달 23조6000억원이 들어왔다. 지난해 11월(-4조5000억원)과 12월(-16조8000억원) 큰 폭으로 돈이 빠져나간 것과 대비된다.
안전 자산인 엔화에도 돈이 몰리며 엔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초 100엔당 940원 아래로까지 떨어졌던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2월 들어 1000원 선을 넘었다. SK증권 안영진 연구원은 "금리 상승기여서 채권을 제외한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달러는 미국의 긴축 우려 속에 당분간 강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