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로 알려진 션 오프리가 2:8 가르마를 한 채 침대 위에 앉아있다. 그의 주변은 전쟁터와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전화를 받으며 컵에 커피를 따르고, 다른 이는 상사와 언성을 높인 채 격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모자라 서류뭉치를 던져버린다. 이 같은 소용돌이 한가운데 앉아있는 이 남자, 삶이 지친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이내 두 팔을 벌려 침대 위로 쓰러진다. 쓰러짐과 동시에 주변 환경이 증발해버린다. 마치 방안에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다.
드디어 자유다. 남자를 괴롭히던 상황들은 모두 떠나가고 그는 침대 위에 누워 온화함을 만끽한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주는 '시몬스 침대' 위에서 말이다.
지난 1일 공개한 침대 제조업체 시몬스의 2018년 TV 광고다. '하루 동안 고생한 나를 위하여'라는 콘셉트의 영상은 주인공이 침대에 눕는 순간 일상의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장면을 담아내며 숙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몬스는 광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는데, 3가지 특징을 눈여겨 봐야 한다.
침대에 앉은 남성이 등진 배경은 60~70년대 문화 코드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디올을 이끌던 라프 시몬스가 선보인 첫 번째 캘빈 클라인 컬렉션 룩과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 의상 등이 등장한다. 세트장 곳곳에 배치된 소품들은 실제를 표방한다. 대형 벽걸이 시계와 실제 크기의 엘리베이터, 나선형 계단 등을 직접 제작했으며, 60~70년대를 재현하는 물품들을 해외에서 공수했다. 고전적인 영상미가 돋보인다.
광고는 한국 시몬스의 크리에이티브 집단인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에 의해 탄생됐다. 김건 촬영 감독, 권진영 스타일리스트, 이혜영 헤어 아티스트 등이 객원 멤버로 참여했다.
광고 주인공으로 션 오프리를 선택한 것도 독특하다. 세계 남자 모델 1위에 오른 적 있던 션 오프리는 에르메스, 발망, 보테가 베네타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얼굴로 활동해 왔다.
침대에 앉아있는 주인공 역할 외에도 주변에서 언성을 높이며 일하고 있는 직장인의 모습 등 1인 8역을 소화했다. 그는 "숙면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매트리스를 선택한다면 숙면과 럭셔리, 패션을 접목한 유니크한 콘셉트 브랜드인 한국 시몬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 음악은 '매트리스 송'이란 별칭으로 익숙한 영국 일렉트로닉 듀오 '혼네'의 '웜 온 어 콜드 나잇'(Warm On A Cold Night)을 사용했다. 2017년 시몬스 광고 캠페인에도 해당 곡을 사용한 바 있다. 광고 모델과 배경 음악 선택 과정에서 안정호 시몬스 대표가 디자인 스튜디오 일원으로 참여했다.
작년 광고 기획 땐 스태프들이 각자 추천 음악을 가져왔는데 추천 음악 중 만장일치로 선택된 곡이 혼네의 음악이었다. 그런데 추천인 표시가 없어 알고 보니 안 대표가 낸 곡이었다. 올해 광고 모델인 션 오프리도 그의 추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유닛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직함과 직위 상관없이 모두가 자유롭게 참여하는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만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부터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의 면면은 광고에서부터 제품, 인터넷 홈페이지와 지면 광고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www.simmons.co.kr
입력 2018.02.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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