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건물 서관 5층.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 앞 복도에 30여 명의 직원이 모여 있었다.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실 소속의 사무관·실무관·행정관들이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날 첫 출근을 한 신임 김흥준(57) 윤리감사관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김 감사관이 사무실에서 복도로 나오자 직원들은 안내자 지시에 따라 '4열 종대'로 대형을 갖췄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 감사관은 정부로 치면 차관급에 해당한다. 그는 "행정처 근무는 처음이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짧은 인사말을 마치고 도열한 직원들과 악수를 했다. 근처를 지나가던 다른 직원들은 "무슨 일이냐"며 수군거렸다.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던 한 판사는 "행정처 고위 간부들이 직원들을 그런 식으로 도열시켜 인사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달 말 법원행정처장에서 물러난 김소영 대법관도 사무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퇴임 인사를 했다. 윤리감사관실 측은 "김 감사관이 직원들을 부른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인사를 하겠다고 먼저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법원행정처가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 단면"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를 개혁하겠다며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요직을 채웠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과 김 감사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입력 2018.02.09. 03:03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