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정시 합격자를 발표한 지난달 29일, 수험생 252만여명이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 '수만휘'에 '합격 인증' 글이 줄을 이었다. 서울대 합격증을 올린 6명 중 5명은 국어·수학·영어 3과목 모두 1등급이었다. 그런데 일반전형으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합격했다는 A씨만 영어를 4등급(국어·수학 1등급) 받았다고 밝혀 커뮤니티를 술렁이게 했다.
2018학년도 수능에서 처음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대입에서 영어 과목 변별력은 떨어지고 국어·수학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영어 4등급을 받고도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영어 중요성이 너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측은 "영어 4등급을 받았다는 A씨가 실제 합격했는지는 개인 정보 문제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이론상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A씨는 영어 원점수 60점을 받아 4등급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별로 영어 등급 간 점수 차이를 다르게 두는데, 서울대는 등급이 하나 내려갈 때마다 0.5점씩 감점해 1등급과 4등급 학생 차이가 1.5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연세대는 1·2등급 간 점수 차가 5점, 고려대는 2등급은 1점, 3등급부터는 2점씩 감점한다. 서울대 등급 간 점수 차이가 연대·고대에 비해 유독 작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서울대는 영어가 4등급이라도 수학 2점짜리 하나 더 맞으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면서 "A씨도 수학과 과탐(물리1)을 만점 받았기 때문에 영어가 4등급이라도 합격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대 내에서도 "영어는 대학과 사회에서 평생 사용하는 언어인데, 영어 4등급 학생이 합격할 정도로 반영 비중이 낮으면 교육 현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