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하고 수수해서 매력적인 와비사비 스타일 접시 세트. 미국 수공예 오픈 마켓인 ‘엣지(etsy)’는 최근 ‘와비사비’ 섹션을 따로 만들었다.

낡고 못나서 오히려 사랑받는다. 불완전함의 미학, '와비사비(わびさび)'가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어 '와비(侘)'는 세속적 삶에서 벗어나 단순하고 덜 완벽하며 본질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 '사비(寂)'는 낡았지만 한적한 삶에서 정취를 느끼는 미의식이다. 최근 서양에서도 와비사비(wabi-sabi)는 주목받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손때 묻은 낡은 식탁, 시든 꽃, 흠집난 과일도 환영이다. 새것만 추구하지 않고 하나를 써도 오래 쓸 제품을 고른다. '레몬테라스'나 '맘스홀릭' 등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유행 타지 않을 물건인지 묻는 질문이 크게 늘었다. 워킹맘 최승주씨는 "어머니가 물려주신 밥솥의 고무 패킹만 교체해서 십 년 넘게 쓴다고 했더니 이것저것 묻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바꿔 쓰지 않고 오래 쓰기'가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디자이너 조희선씨는 "물건에 자기 역사를 담아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가치에 주목하는 것 같다"며 "남을 따라 하지 않고 자신만의 감각을 키워가는 재미와 의미"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와비사비' '#Wabi-sabi'를 단 게시물은 최근 한 달 사이 2000개를 넘겼다. 보여주기나 과시하는 삶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추구한다는 내용들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보여준다는 전제하에 올리는 소셜미디어에서 비교증후군과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이 이런 반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트위터에서 "남의 삶과 나의 삶을 단순 비교하는 건 남의 하이라이트와 내 비하인드 신을 비교하는 것"이란 문장이 인기 끈 것도 '와비사비'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와비사비'는 지난해부터 해외 스타들이 언급하면서 빠른 속도로 퍼졌다. 최근 셋째 아이를 낳은 할리우드 스타 제시카 알바는 얼마 전 "나의 태교 철학은 와비사비"라고 말했다. 그는 "생활에서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즐기면서 정신적인 충만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래퍼 윌아이엠과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도 와비사비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라이프스타일리스트 줄리 포이터 애덤스가 펴낸 책 '와비사비 라이프'에서는 "부족하고 덜해도 그게 인생이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솔직해지자" "겉치레보다 본질을 선택한다"라는 제안을 하고 있다. 김석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모든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경쟁 시대에 불안감이 커지고 정서적 소외감을 호소하는 이들의 상담이 크게 늘었다"면서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이 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