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불식(午後不食)' '일종식(一種食·하루 한 끼 먹기)' '오신채(五辛菜·금지된 다섯 가지 음식 재료)….
'불교 음식'은 일종의 신화다. 붓다 생전에도 이랬을까? 그 의문을 풀어주는 책이 나왔다. '불교음식학-음식과 욕망'(불광출판사). 저자는 동국대 불교학과를 나와 인도 델리대에서 초기 불교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다시 영국 런던대에서 종교학·음식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공만식(54·작은 사진)씨. 영어 박사 학위 논문을 다시 한글로 번역한 이 책에 따르면 음식에 관한 불교 계율도 사회 변화에 맞춰 '진화'했다.
음식에 관한 붓다의 원칙은 '생산, 저장, 요리'를 금하고 '섭취'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인 '맛'과 '향'을 절제하고 수행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붓다 당시 '음식은 주는 대로 먹는 것'이었다. 다만 제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음식 섭취에 관해 '양과 횟수를 적게' 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하루 한 끼 먹기와 오후불식은 걸식 시간을 줄이고, 일반인들이 활동하는 오후에 어울리면서 발생할 문제들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정해졌다. 음식물 금지 목록은 많지 않았다. 금지 육식 목록 10가지엔 '사람·코끼리·말·사자·호랑이'는 있어도 '소·돼지·닭'은 없었다.
그런데 붓다 사후 500년 후 대승불교가 대두되면서 '육식 금지' 규정이 강조됐다. 공 박사는 "부처님 사후 500년 동안 인도에선 대부분의 종교가 육식을 금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불교 역시 사회 분위기에 따라 육식을 금지하는 쪽으로 변했다"고 해석했다. 아플 때 등 꼭 필요할 경우엔 유(乳)제품을 먹을 수 있도록 한 붓다 시대 인도와 달리 중국에선 유제품 역시 '생명의 일부'로 간주해 '살생(殺生)'으로 여겨 금지했다. 붓다 당시 마늘 외엔 뚜렷하지 않던 금지 채소 역시 불교가 중국으로 건너오면서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5가지로 규정됐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중국 선(禪)불교의 등장.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삼으면서 '생산, 저장, 요리, 섭취'를 직접 다 하게 됐다.
공 박사가 '음식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한때 음식과 술·담배를 가리지 않다 건강을 해친 것이 계기가 됐다. "의사 권유로 음식을 조절하다 보니 불교에선 음식을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궁금해져서 두 번째 박사까지 따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