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피해자 용기와 현명함 덕분에 조기 해결"
남성 중심 검찰에선 非검사 여성들 더욱 위험

서지현(45) 검사의 성추행 의혹 폭로 이후 검찰이 대규모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검찰 내에서 여성 수사관 2명이 동료 수사관에게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검찰 성범죄 진상조사 및 피해회복 조사단장을 맡은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

검찰에 따르면, 지방의 한 지청 소속 7급 수사관 이모(45)씨는 최근 부서 회식 후 술에 취해 같은 부서 여성 수사관 A씨의 집까지 뒤따라갔다. 지난달 인사 발령을 받고 타 지역에서 오는 바람에 A씨는 혼자 살고 있었다. A씨가 집 앞에 도착해 문을 여는 순간 이씨는 갑자기 나타나 와락 껴안으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리고는 동료를 성폭행하려고 한 것이다.

이 같은 혐의(강제추행 등)로 이씨는 지난 3일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이튿날 출근하자마자 직장에다 이씨의 성폭력 사실을 알렸고, 검찰은 곧바로 이씨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했다”며 “A씨의 현명한 대처 덕분에 사건을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 또 다른 지청에서도 6급 수사관 한모(54)씨가 동료 여성 수사관을 강제추행 했다가 구속됐다.

한씨는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야간 당직 근무 도중 함께 근무를 서던 여성 수사관을 성추행했다. 이 사건 역시 피해 여성 수사관이 먼저 문제를 제기해 소속 지검에서 감찰 조사를 벌이면서 드러났다. 조사결과 한씨는 근무 도중 술을 마셔 취해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검찰은 곧바로 수사로 전환해 한씨를 구속했다. 해당 지검 간부는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피해를 알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남자들이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했다"고 했다.

권인숙 법무부 성범죄·성희롱 대책위원장.

검찰 내 성폭력 문제는 지금까지 여검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들보다 여성 수사관과 여성 실무관들의 성폭력 피해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재경지검 한 관계자는 “여성 수사관이나 실무관들이 미투(MeToo)에 동참하기 시작하면 검찰은 발칵 뒤집어 질 것”이라며 “검사나 수사관 할 것 없이 남자들은 여성 수사관과 실무관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도 검찰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 간부회의에서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강조했다. 문 총장은 "어느 한 성(性)이 다른 성에 의해 피해를 당하고도 참고 지내야 하는 잘못된 문화가 아직까지 남아있다면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며 "검찰 구성원 모두 합심해 검찰 내부에 진정한 양성평등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