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5일(현지시각) 급락하면서 그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들은 일제히 “뉴욕 증시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면서 뉴욕에서 시작된 검은 그림자가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머니는 뉴욕 증시 폭락 원인을 연준의 금리 인상, 채권 시장 불안정성, 과열된 미국 증시 흐름 등 4가지로 분석했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크게 하락했다. 최근 2만6000선까지 쉼없이 내달렸던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4.6% 떨어진 2만4342까지 내려 앉았다. 지난 1일 600포인트의 하락폭까지 포함하면 단 2일 거래 동안 180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4.10% 내려 2648.94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2011년 8월 이후 최고 낙폭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역시 6967.53으로 3.78% 떨어졌다.

미국 백악관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시장 충격 완화에 나섰지만 효과는 없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37.32까지 올라 2015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① 뉴욕증시 폭락의 주범은 ‘금리 인상’ 우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폭락했다

월가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가 미국 증시 폭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지도부 교체로 통화 긴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미국 경제는 줄곧 ‘강세’ 흐름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12월 미국 실업률은 4.1%를 기록해 역대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기업들은 직원수를 유지하고 신규 채용을 늘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늘려야했고 이는 다시 물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진과 양적완화 등으로 장기간 저물가현상이 지속됐는데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CNN머니는 “미국 경제는 지난 9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온 반면 인플레이션은 신비로울 정도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발표된 고용지표에서 임금상승률은 전년대비 2.9% 올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됐다. 연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 최소한 3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을 예고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서 금리 인상 횟수를 늘리고 인상폭도 더 가파르게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준이 보다 공격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에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②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경기 둔화’ 공포감

금리인상 영향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경기 둔화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기업과 가계가 사업비용과 모기지론의 이자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CNN머니는 “지난 1년 동안 미국 주식 시장이 상승한 이유 중 하나가 기업 이익 증가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 비용 증가로 인해 이익 증가세가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수석 투자전략가인 마이클 애런 스테이트는 “미국 증시 폭락 현상은 가파른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단기적 반응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은 투자자들에게 불안한 심리를 갖도록 겁을 주고 시장의 흐름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그리스 채무 위기와 브렉시트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37.32까지 치솟았다.

③ 채권 금리 급등도 증시 한파에 한 몫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채권 금리 역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지목됐다.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과 위험자산인 주가는 반비례 관계로, 금리가 오르면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진다. 이날 10년 만기의 미국 국채 수익률은 2.885%까지 치솟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2.709%로 조금 밀렸다.

채권 등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금융환경은 위축되고 은행 대출이 둔화되며 이는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 증시가 고평가됐다고 인식한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현금을 빼 채권시장으로 옮기고 있다.

문제는 채권 시장의 공급 과잉이 장기적으로는 채권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CNN머니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라 재정적자 확대로 올해 미 재무부의 국채 순발행 규모는 지난해의 2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NBC 역시 “미국 국채 매도사태가 지속되면서 벤치마크 금리인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2.88%까지 솟구쳐 미국 증시까지 패닉 상태로 몰고갔다”고 전했다.

④ 미국 증시의 지나친 과열 현상

미국 증시 거품이 폭락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뉴욕증시 급락에는 최근 1년 넘게 상승흐름을 이어온 것에 대한 부담과 증시 거품의 영향도 있었다. 뉴욕증시는 지난 2016년 11월 이후 상승세를 지속했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지난 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주가수익률(PER)이 역사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렌트비에 비하면 높다”고 경고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 시장이 5~10% 내 조정을 받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0% 이상 조정은 지난 2015년 8월 이후 공식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

메이플라워 어드바이저스의 래리 글레이저 애널리스트는 “미국 증시조정이 있었던 게 매우 오래 전이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10% 조정이 20~25% 조정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증시 급락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백악관과 연준은 뉴욕증시 급락이 우려스럽긴 하지만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항상 시장의 가치 하락에 관해 우려한다”면서도 “미국 경제의 기초를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장이 동요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단기에 그칠 것이며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실업률이 약 20년 내 사상 최저 수준이고 임금도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증시 급락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파월 의장 역시 이날 연준에서 진행된 취임선서에서 “우리 금융시스템은 10년 전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이전보다 훨씬 강하고 더욱 탄력 있다. 우리의 금융시스템이 그러한 길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뉴욕증시 애널리스트 폴슨은 “미국 증시가 지나치게 고평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최대 15%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이머징마켓 전략가인 윈 신은 “이번 뉴욕증시 조정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면서 증시 급락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QS 인베스터스의 제임스 노먼 회장 역시 “만약 10년 국채 수익률이 3%로 오르면 주식시장은 급격히 기울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