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3일 아침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신촌세브란스 병원 3층에서 불이 나자, 병원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최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망자 29명)와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망자 40명) 등 대형화재 참사가 잇따라 발생한 상황이어서 갑작스러운 화재에 바짝 긴장했지만 신속한 초기대응과 안전한 대피로 인명 피해가 거의 없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6층에 병실에 있던 이기선(51)씨는 “아침밥을 먹고 있는 도중 화재 경보가 울려서 소방훈련인 줄 알았는데, 창문 밖에 소방 헬기가 떠 있는 것을 보고 진짜 불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며 “화재에 놀라 (꼽고 있는) 링거를 가지고 급하게 계단을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요새 병원에 불이 많이 나지 않냐”며 “다행히 내가 있던 곳(16층)까지는 연기도 안 올라왔다”고 했다
병원 9층 중환자실 앞에 있던 최모(67)씨는 “갑자기 (화재경보) 사이렌이 울려서 깜짝 놀라 비상계단으로 정신없이 대피했다”며 “그런데 불을 잘 막았는지 여기까지는 연기도 안 났다”고 말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이 났을 때 병원 측의 신속한 안내 방송과 직원들의 안내로 비상계단을 통해 6층 옥상 등 지정된 대피소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9층 중환자실 앞을 지키던 안태환(41)씨는 “8층에 잠깐 씻으러 갔는데, 사이렌이 울려서 9층에 와 보니 아무도 없어서 당황했는데, 의료진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며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바로 옥상이 있는 6층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놀라고 정신이 없었는데 어떻게든 대피는 한 것 같았다”며 “날씨가 추운 탓에 밖으로 대피한 환자에게 담요도 지급됐다”고 했다.
14층에 있던 박모(68)씨는 “방송에서 불이 났다고 대피하라고 해서 바로 복도로 다들 나와 상황을 지켜봤다”며 “거동이 편치 않은데 무섭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4층에서 청소를 하던 김모(55)씨는 “화재 경보가 울렸을 때 소방훈련인 줄 알고, 평소 연습하던 대로 대피 장소로 왔는데 연기가 진짜로 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인명 피해 없이 끝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3일 오전 7시 56분쯤 신촌세브란스 본관 3층 복도 천장에서 불이 나 300여 명이 긴급대피했고, 연기를 마신 8명이 병원 내 치과병동으로 옮겨졌다. 불은 약 2시간 뒤 완전히 진압됐고,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