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둔 2일 강릉영동대 쇼트트랙 보조경기장 주차장. 이곳에서 몸에 고무줄을 묶은 채 쇼트트랙 훈련에 한창인 두 선수가 있었다. 헝가리 팀 소속의 중국계 선수인 리우 샤올린(23)과 리우 샤오앙(20) 형제로, 이들은 경기장에서 정해진 1시간 15분의 훈련을 마친 뒤에도 만족스럽지 않은 듯 주차장에서 훈련에 몰두했다.
리우 형제는 최근 성적이 수직 상승하며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강력한 적수로 떠올랐다. 형 샤올린은 지난해 마지막 월드컵(서울)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올 시즌 1000m 랭킹에서 형이 1위, 동생이 5위다. 샤올린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20)의 경쟁자인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의 남자 친구이기도 하다.
샤오앙은 "쇼트트랙 인기가 많은 한국은 참 부러운 나라다. 거리를 걷다 보면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다"며 "헝가리엔 훈련 시설이 없어 매년 한국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소치 대회에서 한국 남자 대표팀이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전력이 크게 강해진 것 같더라"며 "우리 형제도 좋은 성적을 내서 헝가리에 기쁨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는 1924년 샤모니 대회 때부터 빠지지 않고 동계올림픽에 참가했지만, 지금까지 피겨스케이팅에서만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를 땄다. 3년 전부터 헝가리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전재수 코치는 "경험 부족이 단점이지만 리우 형제는 메달을 여럿 딸 실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선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백인 선수들 틈에 섞여 홀로 빙판을 가르는 미국 흑인 선수 샤니 데이비스(36)가 보였다. 그는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에서 1위를 한 첫 흑인 선수다. 그는 2006 토리노, 2010 밴쿠버에서 1000m 금메달을 딴 실력파지만 여전히 '흑인 선수'라는 수식어가 가장 먼저 붙는다. 실력보다 피부색이 더 주목받아서 불편하진 않을까. 데이비스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빙판의 얼음 색을 고를 수 있나. 내 피부색도 선택할 수 없다.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장권옥(51) 전 미국 대표팀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를 계기로 '은사(恩師)의 나라'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국 선수들과도 격의 없이 지내는 '친한파'가 됐다. 그는 "지난달엔 이상화(29)와 함께 독일에서 마무리 훈련을 했다"며 "2002년 주니어 대회에서 처음 만난 문준(36·스포츠토토 빙상단 플레잉코치)은 내 베스트 프렌드인데, 이번 대회에 방송 해설위원으로 나와 내 경기를 해설한다고 들었다. 정말 기대된다"고 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흑인 여성 최초의 쇼트트랙 선수인 마메 바이니(18)도 이날 강릉영동대 쇼트트랙 보조경기장에서 땀을 흘렸다. 이날 바이니는 동료 선수들과 쉴 새 없이 웃고 떠들었다. 그의 좌우명이 '더 이상 웃을 수 없을 때까지 웃어라'이다. 그가 평창올림픽 미국 여자 대표팀에 선발됐을 때 미 언론은 '바이니가 새 역사를 썼다'고 표현했다. 그에게 주변의 관심이 부담스럽지 않으냐고 묻자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올림픽에 나가게 돼 그저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나게 타다 보면 성적은 따라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