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흑암(黑暗)시대'였지요. 몇 번 예배 참석하다 안 나오시는 분을 길에서 만나 '상처받지 않을 테니 왜 못 나오는지 솔직히 말해 달라'고 물었어요. 그분 대답이 '다 좋은데, 지하(地下)라는 게…' 하시더군요."

참좋은교회 백성기(54) 목사는 서울 가락동 다세대주택 지하 33평에서 지냈던 5년을 '흑암시대'라고 표현했다. 이 교회는 지난해 7월 지하를 '탈출'했다. 잠실교회(림형천 목사)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아 위례신도시 상가 건물 4층에 새 둥지를 틀었다. 백 목사가 지원받은 건 잠실교회의 미자립교회 지원을 위한 '지하에서 지상으로' 프로젝트. 림형천(63) 목사가 2016년 10월부터 1년간 예장통합 교단의 서울 송파구·경기 성남시 지역 조직인 '강동노회' 노회장을 맡으며 절감한 현실이 계기가 됐다. "노회 내에 50여개 미자립교회가 있는데 지난 10년간 자립한 곳이 하나도 없어요. 가능성 있는 교회를 도와 실제로 자립하는 '모델'을 만들어 보자고 장로·교인들께 제안했습니다."

“이젠 자립할 수 있어요!”잠실교회 지원으로 자신감을 얻은 작은 교회 목사들과 림형천 잠실교회 목사(오른쪽 끝). 왼쪽부터 김용범 백성기 유기삼 목사.

예산은 우선 1억원을 배정했다. 신청 조건은 간단했다. '교회 현황, 신청 이유, 목회계획서.' 잠실교회는 작년 3월 19일 주일예배를 아예 '미자립교회의 날'로 정했다. 이날 림 목사는 설교하지 않았다. 대신 추천받은 미자립교회 목사 네 명을 초대해 1~4부 예배의 설교를 각각 맡겼다. 감동은 뜨거웠다. 현장에서 헌금 9000만원이 모였다. 교회 예배엔 참석하지만 신자로 등록하지는 않은 한 독지가는 1억원을 쾌척했다. 예정했던 예산의 2배가 모였다.

심사 결과 참좋은교회가 1호, 분당 야탑 '산성교회'(유기삼 목사)와 송파동 '믿음의씨앗교회'(김용범 목사)가 각각 2·3호 지원 대상으로 결정됐다. 이 교회들의 공통점은 40평 남짓한 예배당에 교인은 20명 남짓이지만 목회자와 교인의 열정이 뜨겁다는 것. 참좋은교회는 2016년 가을 40일 특별새벽기도회 이후 부흥의 씨앗이 움트던 때였다. 여성인 유기삼 목사가 개척한 지 10년째인 산성교회는 5000만원 지원금으로 빚을 청산했다. 유 목사는 "작년 12월 24일 지원금을 받아 26일 은행 열자마자 달려가 바로 빚부터 갚았다"며 "1월부터는 노회의 지원금 월 30만원을 받지 않고 자립했다"고 뿌듯해했다. 역시 개척 10년째로 지하 예배당이었던 믿음의씨앗교회 김 목사는 "잠실교회 지원을 받고 목회의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잠실교회의 지원은 이 교회들에 사랑의 동아줄이 됐다.

교회는 올해도 '지하에서 지상으로' 프로젝트 1억원을 준비해놓고 있다. 이날 림 목사는 "하나님이 다 하신 것"이라 했고, 지원받은 목사들은 "아멘!"이라고 화답했다. 림 목사는 "미자립교회 지원은 잃어버린 교회의 본질을 찾는 일 중 하나"라고 했다.

잠실교회는 지역 사회를 위한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때 1억원을 기부하고, 주변 상권에 활력을 주기 위해 한동안 교회 식당을 닫고 교인들이 인근 상가와 음식점을 이용하는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작년 성탄절에는 교인들이 마천중앙시장을 단체로 방문해 장을 보고, 특별 헌금 1억원으로 환경미화원, 폐지 줍는 어르신 등을 돌보는 특별행사도 가졌다. 림 목사는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의 빛을 나누자는 뜻이었다"며 "흔쾌히 동의하고 기꺼이 함께해준 교인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