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의 진앙(震央)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의 규모를 축소하고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취임식을 앞둔 안철상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법원은 오는 7일자로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에 이한일 서울고법 판사, 기획제1·2심의관에는 김용희 수원지법 평택지원 판사와 강지웅 대전지법 판사를 각각 보임한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법원행정처의 개편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새로운 사법행정의 문화와 관행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해 온 최영락 서울고법 판사(기획총괄심의관), 윤성열 서울중앙지법 판사(기획조정심의관), 임효량(기획제1심의관)·김영진(기획제2심의관) 수원지법 판사는 겸임(兼任)이 풀려 소속 법원으로 돌아가게 됐다. 기획조정실은 이번 인사를 통해 기획조정심의관 자리가 폐지되며 몸집이 준다.

이날 오전 취임식을 가진 안철상 신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사법행정은 그동안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법부가 처한 위기의 진앙”이라며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 인사로 기조실을 나오는 법관들은 작년 2월 인사 이후 행정처에 합류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해 문건으로 작성·관리해왔다는 ‘블랙리스트’ 의혹과는 거리가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현안 관련 신속한 조치를 위한 것으로, 기존 근무 법관들은 현안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을 겸직하던 김현보 서울고법 판사가 퇴직함에 따라 김흥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윤리감사관에 임명하고, 김도균 사법연수원 교수가 윤리감사기획심의관으로 합류한다. 서경원 서울중앙지법 판사, 이지혜 서울동부지법 판사가 맡던 윤리감사심의관 자리는 박동복 서울남부지법 판사, 한종환 광주고법 판사가 대신하게 됐다.

한편 법원행정처 공보관으로 사법부의 ‘입’ 역할을 해온 조병구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로 자리를 옮긴다. 신임 공보관은 박진웅 서울고법 판사가 맡는다. 또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을 겸하던 박찬익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퇴직으로 인한 공백은 황순현 대구지법 부장판사가 메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