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경기 시작 전 선수들 라커룸에선 선수들이 '멀쩡한' 스틱에 테이프를 칭칭 감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1990년대 들어 아이스하키 스틱은 강철 무게의 4분의 1, 강도는 10배인 '탄소섬유'로 만들고 있다. 이런 첨단 제품에 왜 테이프를 칭칭 감아 붙이고 나가는 걸까.
아이스하키 스틱에 테이프를 감기 시작한 건 1900년대 초반의 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아이스하키 스틱은 쪼개진 나무들을 압축 접착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았기에 퍽을 세게 때리면 블레이드가 부러지곤 했다. 그래서 선수들은 스틱을 보호하기 위해 주로 블레이드 부분에 테이프를 감고 경기에 출전했다.
지금은 첨단 제품을 쓰면서도 테이프를 감는 가장 주된 이유는 스틱 보호보다는 테이프가 퍽 컨트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용 테이프는 시중에서 파는 일반 접착 테이프와 달리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표면이 거친 소재로 만들어졌다. 미국 ESPN은 "스틱에 물기가 묻으면 미끄러워지고, 퍽을 목표한 방향으로 보내기 어렵게 된다. 스틱에 붙은 테이프는 마찰력을 높여 컨트롤을 쉽게 한다"고 설명했다. 또 테이프가 약간의 쿠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강한 패스를 받았을 때 퍽이 튕겨 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공격수 중에 검은 테이프를 쓰는 선수가 많은 것에도 이유가 있다. 아이스하키는 퍽이 최대 시속 170㎞로 날아다니는 경기다. 퍽과 같은 색인 검은 테이프를 쓰면 상대편 골리(골키퍼)의 시야를 순간적으로 교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이영준은 "퍽과 같은 검은색 테이프를 붙인 스틱으로 드리블하거나 슈팅하면 골리가 깜박 퍽의 위치를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그렇다고 모든 선수가 검은색 테이프를 붙이는 건 아니다. 요즘엔 선수들도 자기만의 개성을 담은 다양한 색깔의 테이프를 붙이곤 한다. 하얀색, 빨간색부터 무지개 색깔 테이프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