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이상기후로 유럽 전역에서 햇볕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겨울이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한 달 동안 해가 보인 시간은 6분밖에 되지 않았고, 따뜻하고 쾌청한 날씨로 알려진 프랑스 남부 도시의 일조량도 예년의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각) 지난해 11월부터 저기압 영향으로 인한 먹구름이 유럽 곳곳의 하늘을 덮으면서 3개월째 해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은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기상 당국이 일조량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어두운 달로 기록됐다. 한 달 동안 햇볕이 내리쬔 기간은 총 6분으로 집계됐다. 2000년 12월 월 일조량이 3시간으로 가장 적었던 과거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모스크바 일간지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지난해 12월 이례적으로 부족한 일조량으로 정신과 의사를 찾는 모스크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올 겨울 유럽 전역에서는 기록적으로 낮은 일조량이 집계됐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 도시 전경.

벨기에 왕립 기상청에 따르면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지난 12월 한 달 동안 해가 뜬 시간은 10시간 31분으로 집계됐다. 이는 1934년 이래로 가장 일조량이 적은 달이다.

프랑스 북부 릴 지방은 이달 초부터 15일까지 고작 2시간 42분 동안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지역의 1월 평균 일조량은 61시간 18분이다. 프랑스 북부 지역 신문인 ‘라 부아뒤 노르’는 “태양이 납치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릴 지방에서 마사지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플로랑 뒤랑은 “빛이 부족하면 사람들은 쉽게 피곤을 느끼고,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말했다.

심지어 따뜻하고 맑은 날씨로 알려진 프랑스 남부 휴양지 보르도의 1월 보름간 일조량은 10시간 18분으로, 월평균인 96시간의 10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르도 동쪽에 위치한 항구도시 마르세유 역시 올해 들어 26시간 54분의 일조량을 기록, 월평균인 92시간에 턱없이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일조량이 부족할 경우 체력이 떨어지거나, 쉽게 졸리는 것은 물론이고 계절성 정서 장애나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브뤼셀 에라스무스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마티유 하인은 “아침 햇살 노출은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몸을 활기차게 하는 것은 물론 밤에 잠이 잘 오게 하는 호르몬 분비를 돕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