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파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의 날씨는 영하 15도,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사극에 나올 법한 장군 모습을 한 개그맨 조세호(36)는 한 방송사 아침 뉴스에 '동장군' 기상캐스터로 출연했다. 올겨울 최강 한파가 몰아친 이날 날씨를 전했는데, 추위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바깥에 30분 동안 내놓았던 물에 젖은 청바지는 그대로 꽁꽁 얼어붙었다.
한반도가 포함된 북위 20~40도 지역은 육지가 많고 대체로 기후가 온화해 세계 인구 대부분이 이 지역에 몰려 있다. 위도만 따지면 살기 좋은 곳인 한반도지만 한파가 몰아칠 때는 알래스카 못지않다. 지난 12일 서울의 최저 기온은 영하 15도였는데 같은 시각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최저기온은 영하 12도로 오히려 서울보다 따뜻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독일군이 동사(凍死)했던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도 최저 영하 9도로 서울이 더 추웠다.
질병관리본부가 매년 12~2월 한파로 인한 응급환자를 모니터링하는 '한랭질환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6일까지 저체온증, 동상 등 한랭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이 297명이나 됐다. 이 중 7명은 사망했다. 과연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지역이 맞는 걸까.
같은 날 서울(북위 37도)과 비슷한 위도(북위 35~40도)에 있는 도시의 날씨는 달랐다. 서울과 같은 위도인 그리스 아테네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낮 최고 기온은 각각 영상 18도, 15도까지 올랐다. 위도는 비슷하지만 한반도가 대륙의 동쪽 끝에서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는 것과 달리 두 도시는 각각 지중해와 태평양 연안에서 바다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해양성 기후이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서부 해안까지 올라오는 멕시코 난류 덕도 본다. 한반도 안에서는 같은 위도라도 위치에 따라 날씨 차이가 생긴다. 강릉은 동해안을 지나는 쿠로시오 난류 덕분에 서울보다 비교적 따뜻한 날씨를 보인다. 비슷한 이유로 서울보다 위도가 높은 스페인 마드리드, 중국 베이징도 서울보다는 덜 추웠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오재호(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이사장은 "런던은 만주보다 위도가 높지만 북대서양 서안의 걸프 해류가 난방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겨울에도 서울보다 덜 춥다"며 "아시아 대륙 동쪽 끝인 한반도의 경우 보일러 온수 역할을 하는 태평양 난류는 일본 열도에 막혀 영향이 적고 에어컨 냉기 같은 시베리아 찬 공기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같은 위도에 비해 추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기후 예측과는 "이번 주는 날이 조금 풀렸지만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평년보다 추운 겨울 날씨를 보였고 다음 주 다시 한파가 찾아올 것"이라며 "제트기류가 서행(徐行)하면서 찬 공기를 묶어두는 벨트가 느슨해지고 이 사이로 내려온 찬 공기가 우랄산맥 고기압에 막혀 빠져나가지 않고 며칠째 머무르면서 한반도가 점점 얼어붙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