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7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전 북한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전야제)를 열고,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스키 선수들의 공동훈련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이를 먼저 제안했고, 북도 동의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시한 '평창동계올림픽 5대 구상'과 거의 유사한 내용이다. 이번 합의로 금강산 관광 제한과 5·24 경제 제재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은 또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하고,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양측 국가올림픽위원회 간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선수단 구성과 관련해 우리 측은 아이스하키팀 23인 엔트리에 북한 선수 3명 합류를 제안했다. 하지만 북측은 "부상을 대비해 배수(倍數)인 6명을 보내겠다"고 역(逆)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과 선수단 규모는 3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 마식령에서 공동훈련을 하게 될 스키팀은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아닌 유망주들로 전해졌다.

남북은 이날 개회식 때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기로 했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개최국이 자국 국기를 들지 않는 첫 대회가 됐다.

북측은 응원단 230여명을 파견해 남측 응원단과 공동응원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또 태권도 시범단 30여명을 파견해 평창과 서울에서 시범 공연을 갖기로 했다. 평창올림픽 이후 패럴림픽 대회에도 선수단과 응원단, 예술단, 기자단 등 대표단 150명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북한 예술단(140명)과 기자단까지 합하면 역대 최대의 북한 대표단이 한국에 올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은 여기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응원단 250명도 참가하겠다고 했다.

예술단을 제외한 북측 대표단은 개성공단 운영에 이용됐던 경의선 육로(개성~도라산 출입국사무소~파주)로 내려오기로 했다. 북한 예술단은 판문점을 거쳐 남으로 오겠다고 밝혔었다.

북한 선수단은 2월 1일 남으로 오며,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과 응원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은 2월 7일 오기로 했다. 북한은 1월 25~27일까지 현지 시설 점검 등을 위해 선발대를 파견하기로 했다. 당초 관심을 모았던 고위급 대표단 구성은 이날 논의하지 않았다.

야권은 이날 남북합의에 대해 "금강산 관광·개성공단을 재개하고 평창을 체제 선전장으로 이용하려는 북한 의도에 휘말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북한에 상납한 문재인 정권에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정부는 북핵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북한 체제 선전을 경계한다"고 했다.

마식령 스키장 이용이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당 관계자는 "우리 선수가 마식령을 이용하면 북한에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이는 5·24 경제 제재 조치를 스스로 허물어뜨리자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평화 올림픽을 위한 합의"라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