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를 하는 대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 꼭 선의(善意)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입사 지원서에 '스펙(자격·경력)'으로 한 줄이라도 더 적으려는 뜻도 있다. 봉사 기관들은 이들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6개월 이상 장기 봉사 활동을 약속해 놓고, 서너 번 온 후 그만두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봉사자가 자주 바뀌면서 특히 복지 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인천의 한 보육원 직원은 아이들에게서 종종 "그 오빠 어디 갔어요?" "○○ 형은 이제 안 와요?" 같은 말을 듣는다. 말도 없이 그만둔 봉사자를 찾는 것이다. 이 보육원에는 0~7세 영·유아 아이들이 살고 있다. 주말에는 대학생 봉사자들이 와 아이들과 각종 놀이를 하거나 음식을 만든다. 아이들은 봉사자들 얼굴을 기억하고 한 달쯤 지나면 정을 붙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갑자기 그 형·누나가 봉사 활동에 나오지 않으면 눈에 띄게 우울해하고 경계심이 강해진다.

이 보육원 직원은 "이미 부모에게 한 번 버림받은 아이들이라 더 쉽게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보육원에서는 대학생 봉사자를 뽑을 때 '최소 1년 해줄 분을 찾는다'고 공지한다. 활동 첫날에는 봉사자들을 따로 불러 1년 활동할 수 있는지 재차 확인한다. 그때마다 모든 봉사자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작 1년을 채우는 사람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365 자원봉사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자원봉사에 한 번이라도 참여한 사람은 487만6669명이었다. 이 중 20대는 10대 다음으로 많은 71만4190명이다. 5년 전 27만69명에 비해 2.6배로 늘었다. 봉사 활동을 마치면 '1365자원봉사센터' 등에서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포스코 등 일부 기업은 봉사 활동 기록을 내면 서류 심사에서 우대해준다. 대부분 대기업은 이력서란에 봉사 활동 시간을 적을 칸을 따로 마련해놨다.

취업에 성공한 후 봉사 활동을 그만두는 사례도 있다. 서울의 한 복지관에선 지난해 저소득층 아이들과 야외 활동을 같이 해줄 대학생 봉사자 4명을 뽑았다. 토요일 오전 9시쯤 모여 박물관 등을 견학하고 오후 2시쯤 헤어지는 일정이었다. 1명은 "취직했다"며 중간에 관뒀다. 복지관 관계자는 "근무일이 아닐 때 봉사하는 것인데도 취직 후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서울의 한 보육원은 아이들 공부를 돕는 봉사자들이 지난해에만 네댓 차례 바뀌었다. 아이들은 봉사자들이 금방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듣지 않았다. 숙제를 하지 않고, 점점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대학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김모(24)씨는 "중간에 봉사자가 그만둬 몇 번 대신 나간 적이 있다. 몇몇 아이가 '우리 선생님 아니잖아요' 하며 말을 주고받으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영아원은 아기들 안전을 위해 최소 2명이 아이 4~9명을 돌보도록 하고 있다. 봉사자들이 중간에 그만둬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영아원 관계자는 "사람이 중간에 빠져나가면 안전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기관에서는 중간에 그만둘 사람까지 계산해 정해진 인원보다 봉사자를 더 많이 뽑는다. '정해진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봉사 활동 인증서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공지하는 곳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