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 골목'은 후암로에서 가까운 남영동에 있다. 과거 남영동에 미군 부대가 있던 시절 '부대 스테이크'란 이국적 메뉴가 탄생했다. 미군들이 고기며 소시지, 햄을 들고 와 구워달라 요구하면서 개발된 메뉴로 짐작된다. 한때 30곳 넘는 스테이크 식당이 영업했으나 지금은 네댓 집 남아 있다.
올해로 50년 넘었다는 골목 터줏대감 황해집에서 스테이크 모둠구이를 시켰다. 네모난 철판에 알루미늄 포일을 깔고 큼직한 버터 덩어리를 녹였다. 냉동 소고기 덩어리와 소시지, 베이컨, 햄, 양파, 버섯을 구웠다. 대충 익자 주인은 가위로 고기와 가공육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도록 한입 크기로 자르고 짙은 갈색 소스를 듬뿍 부었다. 소스와 고기 기름, 버터가 혼연일체가 되어 지글거리자 주인은 "너무 익기 전에 먹으라"고 권했다. 소고기는 살짝 질겼지만 가공육은 '미제(美製)' 맛이 제대로였다. 우스터셔와 간장을 섞은 듯한 소스가 고기와 썩 어울렸다. 고급스럽고 세련되진 않았지만 익숙하고 그리운 맛이다.
스테이크와 함께 부대찌개도 판다. 의정부에서 부대찌개가 개발된 뒤 이곳에서도 팔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의정부 '오뎅집'에서 부대찌개를 처음 만든 게 1988년이라니까 이 골목에선 1990년대 초반부터 팔았겠다. 김치, 콩나물, 고춧가루, 햄, 베이크빈(baked bean), 대파 몇 점으로 맑고 칼칼하게 끓이는 국물이 의정부 부대찌개와 비슷하다. 황해집에서는 모둠구이 3만1000·4만6000·5만4000원, 부대찌개 8000원, 스테이크(200g) 1만5000원, 소시지·베이컨·햄 각 8000원이다. 다른 집들도 같거나 비슷하다. 황해집(02)797-1717, 은성집(02)797-2855, 털보집(02)793-0606, 서지(02)797-8491, 다사랑(02)797-3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