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때문에 다섯 살 아이를 친정엄마가 키우고 있어요. 하지만 친정엄마가 아이에게 너무 오냐오냐하세요. 예를 들어 저는 식사를 할 때 아이가 바른 자세로 스스로 먹었으면 하는데, 엄마는 아직도 입에 떠먹여 주세요. 엄마는 '내게 아이를 맡겼으면 잔소리하지 마라'는 입장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요?  -서울 반포동 승찬 엄마·35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도 친정 부모의 육아에 힘입어 일과 공부를 병행했기에 사례 속 어머니의 어려움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그러나 내 아이에 대한 책임은 부모인 내가 지는 것이지 양육을 도와주는 할머니가 져서는 안 됩니다. 자녀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도 아닌 부모에게 있습니다.

직장맘으로 자녀에 대해 알기에는 충분한 시간도, 여유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퇴근 후 바쁘더라도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어쩌면 사례자의 친정어머니도 바쁜 딸을 위해 전적으로 양육에 참여하고 있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자녀에 대한 책임은 부모가 감당해야 합니다. 부모인 내가 먹이고 입히고 잠을 재우는 시간보다 할머니가 많이 하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어야 양육의 일관성을 맞추어 볼 수 있습니다. 직장 일로 늦는다면 재우는 시간이라도 자녀를 돌보는 일을 해야 합니다. 주말 동안 이제껏 못 놀아준 것에 대한 보상으로 놀이동산이나 해외여행의 특별한 이벤트를 가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밥을 해서 함께 먹고 동네 놀이터에서 놀거나 산책하는 것 등의 일상생활에서 부모와 함께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어머니의 자녀가 '식사를 할 때 바른 자세로 자기 스스로 먹기'를 바란다면 친정어머니께 그렇게 하도록 말할 것이 아니라 어머니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직접 환경을 만들고 지도해야 합니다. 매일 할 수 없다면 할 수 있을 때 해야 합니다. 어머니는 하지 않고 친정어머니께 말만 한다면 친정어머니는 잔소리로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어머니가 매일 이런 지도를 하지 못한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머니가 할 때 적합한 지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첫째 아이를 친정어머니 손에 키웠습니다. 한번은 아이가 혼자 용변 처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화를 내고 말았지요. 그 화는 아이가 아니라 저 자신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아이가 스스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몰랐던 저에 대한 책망과 부끄러움이었지요.

자녀의 정신 건강 측면에서 할머니의 양육은 분명 자녀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상에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단 한 명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고 하니까요. 그러나 양육에서 부모와 양육자의 양육 행동이 불일치하는 것은 자녀의 양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어머니께서는 본인의 양육 방식을 점검하고 적합한 양육을 실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