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오늘도 사랑스럽개’속 개로 변한 주인공.

웹툰이 '개판'이다. 무술년 개띠 해, 개를 소재로 한 웹툰이 일상·로맨스·판타지 등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히 영역 표시를 하고 있다. '멍멍냠냠' '달콤한 나의 초콜릿' '작은 집에 사는 커다란 개' '오늘도 사랑스럽개' 등 일련의 작품 모두 지난해 태어난 하룻강아지인데,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커 나간다.

개는 대체로 인간의 좋은 친구이며 더 나아가 인간적인 존재. 개와의 공존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는 만화가 나오는 이유다. '멍멍냠냠' 속 할머니를 잃고 혼자가 된 주인공은 서울 변두리로 이사하던 날, 떠돌이 개 '홍시'를 만난다. 혼자의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려던 무뚝뚝한 남자는 결국 홍시가 할머니 옆자리를 지키던 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한집살이를 시작하면서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게 된다.

만화는 실제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데뷔작 '작은 집에 사는 커다란 개'를 낸 김태형(27) 작가는 "7평 좁은 자취방에서 대형견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던 생활을 만화로 옮겼다"고 말했다. 색연필화 같은 따뜻한 만화지만, 작가는 "개를 키우며 느낀 반성기(記)"라고 했다. "아르바이트 다니느라 집 오래 비우고, 잃어버리고, 사료비도 넉넉히 못 쓰는 무책임에 대해 반성하게 됐다. 함께 살기 위해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실제 작가가 키우는 골든리트리버 종(種) 강아지를 모델로 한 웹툰 ‘작은 집에 사는 커다란 개’.

지난달 연재를 시작한 '달콤한 나의 초콜릿'은 열여섯, 사람 나이 여든 살인 반려견 '초코'와의 이별을 그린다. 강아지가 노견(老犬)이 되고, 개를 싫어하던 소녀가 개와 가족을 이뤄나가는 동행의 과정을 잔잔히 펼쳐내며 호평받고 있다. 만화를 그린 한민기(31) 작가는 "지난해 1월 1일, 16년을 함께하다 떠나 보낸 '사라'를 기억하기 위해 그리기 시작했다"면서 "말 못하는 존재와의 공존을 통해 이심전심, 타인과의 소통까지 고민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람도 가끔 개가 되는 법.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개를 괴롭히다 저주받은 조상 탓에 남자와 키스를 하면 새벽마다 개로 변하게 된 여주인공. 어느 날 만취해 비호감 남성에게 키스를 하게 되고, 새벽마다 개가 된다.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개로 변한 상태에서 그 남자와 입을 맞춰야만 한다.

이제 '개판'은 현실이 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11일 한국만화박물관에서 '2018 만화 토크 파티, 개판오분전(傳)'을 개최한다. 지강민·억수씨 등 4명의 만화가가 여는 독자와의 만남인데, 관객 100명에게 핫도그가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