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올림픽 당시 이상화(29)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선을 앞두고 잠시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취재진 카메라에 잡힌 이상화의 발은 곳곳이 물집과 굳은살로 덮여 누런색으로 변해 있었다. 기록을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발이 저렇게까지 됐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드는 궁금증이 하나 있다. 대체 왜 양말을 안 신는 거지?

2010 밴쿠버올림픽 당시 경기를 앞두고 잠시 스케이트를 벗고 맨발을 드러낸 이상화. 굳은살투성이 그의 발 모습이 화제가 됐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일반인과 달리 보통 석고로 발을 본뜬 '맞춤 제작 스케이트'를 신는다. 이 부츠는 발에 꼭 달라붙는데, 부츠의 발등과 측면은 딱딱한 카본 재질이다. 일반인이 맨발로 이런 부츠를 신고 얼음을 지쳤다간 순식간에 발이 엉망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맨발의 청춘'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국가대표 출신 문준 스포츠토토 빙상단 플레잉코치는 "좋은 기록을 위해선 발과 부츠가 하나가 돼야 한다"며 "빙판을 가를 때 발의 감각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양말 없이 발을 스케이트화에 온전히 밀착시키는 것이 좋다"고 했다. 양말을 신고 스케이트를 타면 발과 부츠 사이에 미세한 미끄러짐이 발생해 힘의 손실이 생기고, 기록 손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놓고 국가대표 선수들은 '양말 신으면 스케이팅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외국 선수 중엔 양말을 신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 빙속 선수들은 대부분 맨발이다. 그래서 '맨발의 청춘'들은 상처가 많다. 굳은살은 기본이고 발톱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같은 빙상이라도 쇼트트랙 선수들은 대부분 발목까지 오는 스포츠 양말을 신는다.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박승희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꾸고 난 뒤 맨발로 스케이트화를 신는 게 제일 어색했다"고 했다. 기록보다는 순위 다툼인 쇼트트랙은 스피드스케이팅(400m)보다 훨씬 작은 링크(111.12m)를 자주 돌기 때문에 발목 움직임이 더 많다. 양말은 발목을 잡아주는 효과와 함께 몸싸움이 잦은 종목 특성상 발목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빙판에서 점프와 회전 등 다양한 동작을 선보이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들도 양말을 신고 경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