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4일 '여자는 9세, 남자는 12세부터 결혼할 수 있다'는 이슬람법 해석을 웹사이트에 올렸다가, 야당과 여성인권단체들의 반발 끝에 삭제했다.

터키 정부의 이슬람 종무(宗務)청인 디야네트(Diyanet)는 이날 이슬람 교리에 따라 남녀의 '사춘기' 도달 나이를 이렇게 정의하면서, "이슬람법에 따르면 사춘기에 도달하면 누구나 결혼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디야네트는 왜 결혼 가능 연령을 '여자 9세'로 했을까.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가 54세에 6세 여아(女兒) 아이샤와 혼인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슬람 경전 '하디스'에는 무함마드가 아이샤가 아홉 살이 됐을 때 '합방'했다고 밝힌다. 그래서 일부 이슬람 학자들은 여성의 결혼 가능 나이를 '9세'로 해석한다.

파키스탄과 이라크 등의 좀 더 근본주의적 이슬람 학자들은 이슬람법에 '결혼 허용 나이' 규정이 없다며 조혼을 막으려는 법률에 크게 저항한다. 디야네트의 이 해석에 제1 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의원들은 "민법은 '18세 성인'을 명시하고 있고 조혼(早婚)은 아동과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짓밟는다"며 반대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비난이 쏟아지자, 결국 디야네트는 "문제의 글은 이슬람법을 해설한 것일 뿐"이라며 "절대로 조혼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물러섰다.

터키 민법상 결혼 가능 나이는 18세이고, 부모 동의가 있으면 17세, 특별한 경우엔 법원의 허가를 받아 16세에 결혼이 가능하다.

터키의 여성·시민 단체들과 세속적인 야당들은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지 않는다.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지난 수년간 꾸준히 '이슬람 보수주의'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작년 11월엔 디야네트 소속의 이슬람 성직자(무프티)가 결혼을 집례하고 혼인증서를 줄 수 있게 법을 개정했다. 무프티가 이슬람법에 따라 조혼을 묵인할 가능성이 많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