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치과대학에 다니는 박모(24)씨는 최근 명함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장씩 돌렸다. 진료비와 교통비를 제공한다며 환자 소개를 부탁했다. 전단을 만들어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도 홍보했다. 아직 학생 신분인 박씨가 환자를 직접 찾아 나선 이유는 원내생 진료 때문이다.

전국 11개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을 원내생(본과 3~4학년)이 되면 학교 커리큘럼에 따라 원내생 진료(학생진료·ST진료)를 시작한다. 학생에게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환자에게는 저렴한 진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의사 면허는 없지만 학생이 진료하고 전문의가 진료 과정을 감독한다. 병원과 진료 과목마다 다르지만 원내생 진료는 전문의 진료 절반 수준으로 진료비가 정해진다.

원내생은 스케일링, 충치 치료, 사랑니 발치, 크라운 치료 등을 정해진 숫자만큼 해야 하는데 국가고시 준비 기간과 겹치면서 부담이 커진다. 지방 한 치과대학 원내생 김모(25)씨는 "가끔 케이스를 채우지 못해 유급하는 일이 있어 최대한 빨리 환자를 채우고 국가고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를 찾는 방법도 다양하다. 교내 또는 지역 축제에서 무료 구강 검진을 열어 환자를 찾아 병원으로 연결하지만 스케일링처럼 상대적으로 쉬운 진료만 요구하는 환자들이 많다. 결국 사랑니 발치나 크라운 치료 같은 어려운 진료는 가족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급하면 선후배 동기끼리 서로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진학한 김씨는 "대학이 있는 지역 출신 학생들은 인맥이 넓어 상대적으로 환자 구하기가 쉽지만, 타지에서 유학 온 학생들은 길거리에서 명함과 전단을 돌리고 지역 맘카페나 구청 게시판 여러 곳에 글을 올려도 환자를 찾기 어렵다"며 "맘카페를 통해 구한 충치 환자에게 진료비와 교통비로 10만원 정도 제공하고 케이스를 채웠다."

어렵사리 환자를 구해도 다른 조건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대학마다 다르지만 원내생이 진료를 볼 수 있는 시간과 체어(진료 의자) 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진료 시간을 차지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치과대학 학생회장은 "서울과 달리 소규모 도시는 대학병원으로 치과 진료를 오는 환자 수 자체가 적고, 원내생 진료를 감독하는 외래교수도 하루에 한 명이라 진료 과목이 맞지 않으면 환자를 찾아도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학생회장은 "결국 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으면 언제든 와줄 수 있는 가족과 친한 친구들에게 부탁하거나 진료비에 더해 가욋돈을 주고 환자를 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