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피츠버그 펭귄스와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의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경기. 펜실베이니아주(州)에 연고를 둔 두 팀의 라이벌전은 3피리어드 들어 주먹다짐으로 번졌다. 피츠버그의 제이미 올렉시악과 필라델피아 브랜던 매닝은 장갑을 벗어던지고 상대를 향해 쉼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말릴 법도 하건만, 심판은 선수 주위를 돌며 그저 지켜만 봤다. 팬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빙판의 육박전을 즐겼다. 결국 한 선수가 빙판에 넘어진 뒤에야 심판은 두 선수를 떼놓았다. 둘은 나란히 5분간 퇴장당했다.

밴쿠퍼 캐넉스의 마이클 샤푸(왼쪽)와 애너하임 덕스의 크리스 와그너가 지난 2일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경기 도중 주먹다짐을 하고 있다. NHL에선 종종 벌어지는 장면이다.

NHL은 사내들의 '빙판 결투'를 말리지 않는다. 선수가 싸우기로 작정하고 글러브를 벗어 던진다면, 심판들도 방해하지 않고 싸울 시간을 준다. 이런 '하키 파이트'는 NHL이나 유럽 프로 리그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장면이다. 하지만 싸움엔 암묵적 원칙이 있다. 1대1로 붙어야 하고, 스틱을 휘두르면 안 된다. 보통 한 선수가 넘어지거나 피가 나면 싸움은 끝난다. 각 팀은 주먹질만 도맡는 '싸움꾼'도 1~2명씩 둔다. 이들을 인포서(enforcer·집행자)라 부르는데, 하키 실력은 신통찮다. 주로 경기가 풀리지 않거나 상대가 얄미운 행동을 하면 빙판으로 뛰쳐나와 주먹다짐을 벌이고 퇴장당하는 것이 주 임무다. 주먹질이 시작되면 경기장에선 신나는 음악을 틀어 선수의 '전의'와 관중의 '흥'을 북돋워 주기도 한다.

평창올림픽에서도 '집행자'를 볼 수 있을까. 국제아이스하키연맹 규정을 따르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선 NHL처럼 '관례적 주먹질'을 허용하지 않는다. 경기 중에 우발적으로 주먹질이 나올 수 있지만, 심판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제지한다.

올림픽에선 주먹질 대가가 크기 때문에 함부로 휘두를 수도 없다. NHL에선 두 선수가 5분씩 퇴장당하면 끝나지만, 올림픽에선 해당 경기 퇴장은 물론 1~2경기 추가 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 자칫하면 메달 색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니, 선수들은 주먹질을 삼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