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이 영화

교외의 작고 낡은 집, 작곡가 'C'(케이시 애플렉)와 연인 'M'(루니 메라)의 일상은 평온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차 사고로 'C'가 죽고, 홀로 남겨진 'M'은 상실감에 몸부림친다. 그때, 병원 영안실에 시신으로 누워 있던 'C'가 흰 홑이불을 쓴 채 일어난다. 영혼이 된 그는 둘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남아 있는 집에서 연인의 슬픔을 지켜본다. 말을 걸 수도 만질 수도 없다.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바뀌며, 세월이 흐른다.

유령이 돼 연인 곁을 맴도는 ‘M’(왼쪽).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유령의 움직임은 처연하다. 핼러윈 의상처럼 흰 홑이불에 검은 눈구멍만 뚫려 있는데, 그 유령의 온몸에서 감정이 배어 나온다. 전율에 가까운 영화 체험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올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케이시 애플렉의 연기.

연인을 잃은 'M' 역의 루니 메라가 가장 빛나는 장면은 부엌 바닥에 앉아 혼자 커다란 파이 하나를 꾸역꾸역 먹는 롱테이크다. 삼키고 또 삼키던 그는,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 속에 든 걸 다 게워낸다. 그 깊은 슬픔이 관객의 마음으로 전해지고, 몸 여기저기로 저릿저릿한 아픔이 전염돼 온다.

시작은 연인의 죽음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지만, 중반을 넘어 영화적 시공간은 영혼의 시점에서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 눈에 보이는 세계의 무상함 같은 주제들로 확장돼 간다. 일상의 사소한 에피소드는 오랜 세월을 거친 뒤 윤회의 고리처럼 다시 맞물린다. 오래 잊히지 않을 결말이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문라이트',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랍스터'를 만든 영화사 'A24' 작품. 상영 시간 92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