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익래 기자] 야구는 정말 9회말 2아웃부터일까?
야구공은 둥글다. 1회초 플레이볼 되는 순간 승리 확률은 정확히 반반이다. 50%의 선상에서 출발하는 경기는 안타나 볼넷, 득실점으로 확률이 널뛴다.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결정되는 순간 이긴 팀의 승리확률은 100%가 된다.
9회 동점 상황의 솔로포와 10점 차 이상에서 나온 투런포의 승리 기여도는 같을 수 없다. 여기서 출발한 지표가 WPA(Win Probability Added, 추가한 기대 승률)다. 0~100%의 승리 확률에 특정 선수의 플레이가 얼마만큼 영향을 끼쳤는지 나타난다. 같은 안타나 홈런이라도 경기 상황에 따라 승리 기여도가 다르다.
KBO리그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집계하는 WPA를 살펴보면 이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올 시즌 구단별로 WPA 상승폭 1위 순간을 살펴보면, 가장 짜릿하고 극적인 순간을 복기할 수 있다. 야구 갈증에 시달리는 팬들에게는 이 순간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응원팀의 극적인 장면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LG : 7월 27일 잠실 넥센전 2-3 열세 9회말 2사 1루
박용택 투런포, 승리 확률 11.2% → 100.0% (+88.8%)
올 시즌 KBO리그 정규시즌 720경기 중 'WPA로 살펴봤을 때' 가장 극적이었던 순간이다. 전날 황목치승의 기적 같은 슬라이딩으로 넥센에 끝내기 승리를 거둔 LG는 이날도 9회까지 2-3으로 뒤졌다.
마운드에는 상대 클로저 한현희. LG는 마지막 찬스에서 오지환이 삼진, 대타 정성훈이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특히 정성훈은 큼지막한 파울 홈런이 폴 바깥에 떨어지며 고개를 떨궜다.
마지막 순간, 강승호가 좌중간 안타로 살아나갔다. 그러나 2사 1루로 여전히 LG가 불리한 상황, 리드오프 박용택이 좌측 담장 넘기는 끝내기 투런포를 작렬했다. 올 시즌 나온 끝내기 가운데서도 가장 짜릿했던 장면이다. 불과 11.2%에 그치던 LG의 승리 확률이 순식간에 100.0%로 불어났다.
# 넥센 : 9월 3일 고척 KIA전 6-7 열세 9회말 2사 만루
장영석 2타점 1루타, 승리 확률 29.2% → 100.0% (+70.8%)
KIA로서는 이번에도 '대첩'의 희생양이 됐다. KIA는 9회까지 7-1로 앞서며 사실상 여유있는 경기였다. 선발 헥터 노에시의 8이닝 1실점 호투로 분위기를 잡았고, 9회 마운드에 한승혁을 올렸다.
하지만 넥센은 선두 김하성의 볼넷과 장영석의 1타점 2루타를 시작으로 KIA를 괴롭혔다. 이를 시작으로 한승혁, 심동섭, 박진태, 김진우가 이어던졌지만 아웃카운트 두 개 잡는 데 그쳤다. 결국 KIA는 김진우까지 마운드에 투입했다.
7-5로 앞선 2사 만루서 마운드에 오른 김진우는 첫 타자 김하성과 9구 승부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이제 스코어는 7-6 한 점 차. 타석에는 장영석. 장영석은 볼카운트 1B에서 김진우의 2구를 받아쳐 중전 2타점 끝내기 안타를 만들었다.
# 한화 : 4월 8일 광주 KIA전 2-3 열세 9회초 2사 1·2루
김태균 2타점 2루타, 승리 확률 14.7% → 79.9% (+65.2%)
양 팀 선발들은 모두 제 역할을 다했다. KIA 팻딘은 5⅔이닝 1실점, 한화 송은범은 6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앞서던 쪽은 KIA다. KIA는 2-2로 맞선 8회 1사 만루서 김선빈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 달아났다.
리드를 잡자 9회 마운드에 임창용을 올렸다. 임창용은 1사 후 하주석과 장민석에게 연속 안타를 헌납했다. 송광민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김태균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았다. 한화의 4-3 역전.
한화의 승리 확률은 79.9%까지 뛰었다. 그리고 9회 마운드에 오른 정우람이 최형우-나지완-서동욱 중심 타선 상대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남은 20.1%를 채웠다.
# 삼성 : 5월 2일 대구 두산전 3-5 열세 9회말 2사 1·2루
박해민 2타점 3루타, 승리 확률 9.6% → 63.3% (+53.7%)
삼성은 2-2로 맞선 9회, 안타와 볼넷, 다시 안타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오재원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균형을 내줬고, 대타 김재호에게 2타점 적시타까지 얻어맞았다. 스코어는 두산의 5-2 리드.
삼성은 9회 1사 후 이승엽이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이어 이원석이 11구 승부 끝 볼넷을 골라냈다. 배영섭이 범타로 물러났으나 김상수의 좌전 안타로 한 점 따라붙었다. 이어 박해민이 바뀐 투수 이현승 상대로 우익수 키 넘기는 2타점 3루타를 때려냈다. 삼성 승리 확률이 9.6%에서 63.3%까지 뛰었던 9회말 2아웃 상황이었다.
삼성은 연장 10회 1사 후 다린 러프의 생애 첫 끝내기 홈런으로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 kt : 8월 11일 수원 KIA전 7-8 열세 9회말 2사 1·2루
이해창 2타점 2루타, 승리 확률 18.6% → 100.0% (+81.4%)
앞서 언급한 KIA의 올 시즌 승리 확률 상승폭 1위 경기였다. KIA는 6-7로 뒤진 9회 2사 1·2루, 한승택의 우익수 옆 3루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KIA의 승리 확률은 80.3%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그 19.7%를 완성시키지 못했다. 이를 저지한 건 이해창이었다. kt는 9회 선두 로하스와 후속 윤석민이 모두 소득 없이 물러나며 그대로 패하는 듯했다. 하지만 박경수가 볼넷을 골랐고, 유한준이 유격수 옆 내야 안타로 간신히 살아나갔다.
2사 1·2루, 여전히 승리보다 패배가 더 가까운 상황이었다. kt의 승리 확률은 18.6%. 하지만 이해창이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주자 두 명 모두 불러들였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진리가 또 한 번 들어맞은 순간이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