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보라 기자]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 ‘지구를 지켜라!’(2003) 등 스릴러 판타지 영화로 대중성과 연출력을 입증 받은 장준환 감독이 4년 만에 신작 ‘1987’로 관객들 앞에 섰다. 기존의 작품 장르와 달리 이번에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시대극이다.

‘1987’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정치권력에 맞서 신념을 걸고 정의를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그 해 1월을 기점으로 전 국민적인 민주화운동이 벌어지는 가슴 뛰는 6개월을 한국영화 최초로 그려냈다.

배우 김윤석이 대공수사처장을, 하정우가 진실을 밝히려는 최 검사를, 유해진이 진실을 좇는 교도관 한병용을, 김태리가 대학생 연희를, 강동원이 연희의 잘생긴 대학 선배 역할을 맡아 역대급 라인업을 완성했다. 연출을 맡은 장준환 감독은 “김윤석, 하정우, 강동원 등 배우 한 명 한 명이 캐스팅될 때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며 희열을 느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를 놓고 걱정과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배우들이 같이 하겠다고 해줘서 고마웠다. 제 복이기도 하지만(웃음) 작품이 갖고 있는 에너지 덕분인 거 같다”며 “시나리오를 보고 이 이야기는 꼭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랑스러운 역사일 수 있는데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됐고, 앞으로도 마음이 끌리는 대로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바람”이라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캐스팅과 제작은)비밀리에 진행했지만 강동원씨가 작은 역할이라도 이 영화의 취지에 맞게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줘서 큰 힘이 됐다”며 “김윤석 선배도 동원이도 하겠다고 했으니 같이 으싸 으싸 하자고 얘기해주셨다. 하정우씨도 시나리오가 좋다면서 선뜻 허락을 해줬다.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 감독이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를 재미있게 본 게 김태리를 캐스팅하는 데 크게 작용했지만, 실제로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가식 없는 솔직함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꾸며진 솔직함이 아니라 편안하게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독특했고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가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장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 김경찬 작가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각색 작업을 해냈다. “김경찬 작가와 잘 맞았던 거 같다. 여러 가지를 보완하면서 30주년에 맞춰 개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출연한 배우들은 분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각자 주어진 캐릭터를 100% 소화해내며 매 순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인물의 행동과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 따라가는 ‘1987’은 스크린 밖 관객들에게 감정이입과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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