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지는 동계 올림픽 썰매 종목 중에서도 최고 스피드를 자랑한다. 시속 150㎞를 넘는다. 봅슬레이·스켈레톤 등 다른 썰매 종목도 시속 120~140㎞로 얼음 트랙을 질주한다. 헬멧 등 보호구를 착용하지만 워낙 고속으로 달리는 만큼 부상 위험이 크다. 선수들은 어떤 부상을 가장 많이 당할까.
먼저 떠오르는 건 골절이다. 고속 주행 중 썰매가 얼음에 부딪히면 불꽃이 번쩍 튈 정도로 충격이 크다. 심하면 사망 사고도 나온다. 조지아의 루지 선수 노다르 쿠마리타시빌리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연습 주행을 하다 곡선 구간에서 튕겨 나가 맞은편 벽의 쇠기둥에 부딪혀 사망했다.
그러나 이는 매우 드문 경우다. 실제로 선수들을 가장 괴롭히는 부상은 뜻밖에도 '화상(火傷)'이다.
영하 10도 가까운 얼음 트랙은 눈으로 보기엔 매끄럽지만 실제로는 우툴두툴하다. 썰매 날이 지나가면 무게와 압력 탓에 날과 맞닿은 얼음 표면이 순간적으로 살짝 녹았다가 다시 얼어붙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트랙 표면이 아스팔트 바닥처럼 거칠어진다. 이세중 SBS 해설위원은 "선수는 주행 중 양쪽 벽에 수시로 충돌하는데, 그 과정에서 얼음에 몸이 쓸리면서 순간적인 마찰열에 의해 화상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썰매는 종목마다 자세가 달라서 화상 부위도 다르다. 앞으로 엎드려서 타는 스켈레톤에선 주로 어깨와 손목뼈, 팔꿈치 등이 트랙에 부딪히기 때문에 이 부위 화상이 많다. 반대로 하늘을 보고 누워서 타는 루지는 복숭아뼈와 새끼발가락 쪽 화상이 잦다. 봅슬레이는 자동차처럼 생긴 대형 썰매에 올라타기 때문에 좌우로 부딪히는 건 어느 정도 보호가 된다. 다만 뒤집혔을 땐 등·어깨 부위에 큰 화상을 입을 수 있다. 2013년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에서 한국팀 봅슬레이가 뒤집혔고, 뒷자리에 탑승했던 석영진(27)이 트랙에 어깨를 댄 채로 800여m를 쓸려 내려와 큰 화상을 입었다. 허벅지 피부를 떼어내 어깨에 이식할 정도의 중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