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살던 서울 상도동 사저, 서울 어린이대공원 청룡열차와 만화 꺼벙이 등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이들을 포함해 유·무형 문화유산 38개를 2017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2012년부터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유산 중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산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451개 유산이 선정됐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면 시는 유형 유산에는 미래유산 인증서 및 동판을 배부하고 TV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홍보한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사저는 그가 1969년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상도동으로 이사한 뒤 2015년 서거할 때까지 줄곧 지낸 곳이다. 1982년 2차 가택연금을 당한 뒤 정치 활동 규제자 해금 등을 요구하며 이듬해 23일 동안 단식 투쟁을 벌인 곳도 상도동 사저다. 서울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투쟁의 역사를 담은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시는 독립운동가 이관(1860~1928)이 1919년 3·1 만세운동 당시 거주하던 종로구 가회동 가옥도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이관 선생은 3·1운동 당시 손병희 등 민족대표 33인 명의의 독립선언서를 배부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건축물뿐 아니라 청룡열차, 만화 꺼벙이 등도 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청룡열차는 1973년 5월 5일 개장한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의 명물이었다. 시는 "청룡열차는 우리나라 첫 테마파크인 어린이대공원에서 운영한 최초의 롤러코스터로 시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청룡열차는 2012년 마지막 운행을 한 뒤 지금은 어린이대공원 안에 일부가 전시돼 있다.
1970년대 서울 중산층의 삶을 그린 만화 '꺼벙이(길창덕 작가)'도 선정됐다. 시 관계자는 "많은 시민의 공통된 기억과 감성을 간직한 자산이라면 무엇이든지 미래유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근·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음악·희곡·수필 등도 선정됐다. 지금의 한남대교를 배경으로 한 가요 '제3한강교'(혜은이·1973년), 서울 남산 자락에 있는 장충단 공원을 그린 '안개 낀 장충단 공원'(배호·1967년) 등도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