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웠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간편식의 대표격인 라면을 먹기 위해 냄비에 물 끓이는 것마저 귀찮을 정도로 말이다. 편의점에서도 들었던 생각이었다. 왜 라면은 삼각김밥처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먹으면 안 되는 걸까.

농심이 출시한 신제품 ‘신라면 블랙 사발’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인턴에게는 아직 바쁜, 점심시간을 잠시 쪼개 먹어보기로 했다.

회사 앞 편의점을 찾아 검은색 용기가 눈에 띄는 신라면 블랙 사발을 집어 들었다. 비닐 겉포장을 개봉하자 잠시 잊고 있던 불안감이 엄습했다. 컵라면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가열하면 용기에서 환경 호르몬이 나온다고 어머니께 어려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지 않았던가. 종이 재질 용기에 불이 붙으면 어쩌나 우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신라면 블랙 사발의 용기는 전자레인지로 조리해도 녹지 않는 특수 재질의 종이를 사용했다. 섭씨 160도까지 견디는 폴리프로필렌 특수 재질을 사용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도록 했다고 한다. 확실히 용기의 모양새가 약간 넓적하고 높이가 낮아 다른 컵라면과 달랐다.

컵라면 뚜껑을 깨끗하게 제거해야 한다는 설명도 눈에 들어왔다. 컵라면 뚜껑은 뜨거운 물의 열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지켜주는 든든한 바람막이가 아니던가. 행여 찢어지기라도 하면 마음까지 함께 찢어지던 컵라면 뚜껑을 내 손으로 직접 떼어내려니 만감이 교차했다.

라면에는 분말 스프가 두 종류 들어있다. 물을 넣기 전에 면발 위에 먼저 뿌리는(업계 용어로 ‘전첨’) 붉은색 양념 분말과 전자레인지를 돌린 뒤 뿌리는(이른바 ‘후첨’) 하얀색 양념 분말이 있다.

전첨 양념 분말을 뜨거운 물과 함께 용기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2분간 조리한 뒤 후첨 스프를 넣고 잘 섞어 먹으면 된다. 여러 스프를 한꺼번에 넣고 물을 붓는 것이 아니었다. 건더기 스프는 없었다. 이미 면과 함께 용기에 들어 있다.

라면을 조리한 뒤 맛을 봤다. 처음 전자레인지에서 용기를 꺼냈을 때는 ‘면이 약간 불었나’ 싶었지만, 식감은 쫄깃했다. 면발에 적용되는 공법도 일반 컵라면과 좀 다르다. 일반 컵라면은 섭씨 80도에 익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은데, 전자레인지용 라면은 100도까지 물을 끓여 조리하는 것을 가정하고 만든다. 쉽게 말하면 기존 컵라면보다는 봉지라면에 가까운 맛이 난다는 이야기다.

기존의 신라면 블랙의 조리 베이스인 우골맛과 얼큰한맛의 조화는 이전의 제품들과 비슷했다.